여름길 25, 호주

멜버른 7 - 시장

by 지구 소풍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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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버른 일주일차, 아침 공기는 늘 편안한 설렘을 품고 있다. 트램에서 내려 몇 걸음 걷다 보면 저 멀리 시장의 지붕 위로 햇살이 번져 내린다. 퀸 빅토리아 마켓, 이곳은 단순한 장터가 아니라 도시의 맥박 같은 곳이다.

여행을 가면 현지의 재래시장과 마트 구경을 좋아하여 꼭 방문하곤 한다. 호주 멜버른 퀸 빅토리아 마켓은 꼭 가야 하는 관광명소라고 한다. 1878년에 멜버른 시내에 개장한 퀸 빅토리아 마켓은 호주 국가 유산 목록에도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커다란 공터에 600개 이상의 상점에는 식재료, 의류, 기념품, 식당 등 없는 게 없다고 한다. 다양한 물건만큼 구경 오는 사람들도 참 다양할 것이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많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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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9시, 빅토리아 마켓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은 벌써 부지런한 호주 사람들에 의해 많이 팔려 나갔는지 진열대가 빈 가게들도 보였다. 지난주 나이트 마켓에 다녀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인파에 밀려다녔다고 하는데 오늘은 평일 오전이라 그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고소한 향기와 소리가 동시에 나를 감싼다. 갓 구운 빵의 따뜻한 내음, 잘게 부서지는 치즈의 짭조름한 향, 바다에서 막 건져 올린 듯 싱그러운 생선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자극한다. 상인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과일을 쌓아 올리고, 손님을 향해 커다란 목소리로 값을 외친다.


여러 가지 채소와 과일들이 줄을 맞춰 진열되어 있다. 청정한 지역에서 자라나서인지 하나같이 크고 싱싱하다. 반짝반짝 광택이 빛나는 식재료들의 모습은 마치 플라스틱 모형 같았다. 줄을 맞추어 쌓고, 속이 보이게 잘라 진열하고, 거꾸로 꼭지가 보이게 놓은 것이 특이하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말인가 보다.


통로를 따라 걷다 보면,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한 풍경 안에 겹겹이 들어와 있다. 중국계 가게 주인들이 많이 눈에 띄고 시끌시끌하다.

" 한 개에 3달러, 두 개에 오 달러, 다섯 개에 10달러!"

라는 호객 소리 사이로, 빨리 달려가서 많이 사고 싶어진다. 어디선가 터키식 고즐레메가 지글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오며 냄새가 달려든다. 우리나라의 규모가 큰 풍물시장이나 오일장 같은 분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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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긴 줄이 보인다. 고소한 냄새를 따라가보니 시장 가운데 커피 트럭과 몇 개의 의자가 놓여있다. 퀸 빅토리아 마켓의 대표 수제 커피집이다.

우선 앞치마를 두른 사장을 반갑게 껴안은 후 줄을 서는 사람들은 이 집의 오랜 단골인 호주인들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많은데 지팡이를 들고 있는 노인들도 커피를 사기 위해 긴 줄을 선다.

이곳은 일단 커피컵이 5단계로 다양하다. 제일 작은 종이컵 사이즈가 5.5달러(5000원)이니 그리 싼 것도 아닌데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라지 사이즈 커피와 방금 내린 원두커피가루를 봉지째 사 갔다.


커피를 참 좋아하여 아직까지도 하루 몇 잔을 마신다.한국에서 먹던 커피를 여행할 때도 꼭 챙겨 온다. 제일 먼저 현지 커피를 먹어 보려고 노력하는데 나의 입맛은 성공 반 실패 반이었다. 이번에는 가져온 커피는 그대로 두고 멜버른 마트에서 산 커피를 매일 먹고 있다. 오늘 아침 커피를 먹었는데 긴 대기 줄에 커피가 궁금해 덩달아 줄을 섰다.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커피와는 또 다른 진하고 깊은 맛이다.

'와우, 아주 진한데 시큼하며 깊은 향이 중독성 있는 맛이네!'

'역시 호주인들의 자부심이 테니스와 커피라더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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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풍자 티셔츠

전통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거라 찬찬히 살펴보았다. 종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기념품으로 눈이 쉴 틈 없다. 특징 있는 핸드메이드 제품부터 중고 물건, 여러 종류의 새, 특징 있는 소시지와 치즈, 술까지.

특히 다양한 고기류의 육류 생산국이라 한국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싸게 살 수 있다.

호주 특유의 기념품 파는 곳과 호주가 자랑하는 양, 캥거루, 소가죽 제품을 파는 곳이 많았다. 캥거루 가죽 가방과 지갑, 양털 신발과 양말, 담요 등은 가격이 꽤 비쌌지만 잘 팔렸다. 아주 오랜만에 캥거루, 양, 말, 소 한 마리 전체 가죽 껍질을 파는 곳이 있어 신기할 정도이다.

유럽에서 온 배낭여행자는 캥거루 가죽 공예품들을 신기한 듯 만지며 웃는다. 아주 큰 규모는 아니고 호주만의 특산물이나 기념품을 구경하고 싸게 구입하기 좋은 곳이다.


뉴질랜드에서 보름, 다시 시드니에서 일주일 여행할 생각을 하면 물건을 사서 짐을 늘리면 안 된다. 그래서 컵도 사진만 찍고, 싸고 좋은 열쇠고리 등 기념품들도 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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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호주는 생필품을 사는데 한국과 달리 남자들이 많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생기 있고 활기찬 분위기가 특징인 퀸 빅토리아 마켓은 꼭 무언가를 사지 않아도 구경만으로도 즐거운 곳이다.

시간은 이곳에서 빠르게도, 느리게도 흐른다. 분명 시계는 아침에서 정오로 성큼 다가갔는데, 나는 여전히 처음 들어섰던 그 순간의 감각 속에 머무는 듯하다. 사람들의 목소리, 쌓인 채소의 빛깔, 오가는 눈빛이 뒤섞이며 하나의 거대한 파노라마가 되어 나를 휘감는다.

월요일은 휴장이고, 새벽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수요일은 밤까지 연다고 한다.


한쪽 구석에서는 젊은 청년이 기타를 치며 신나는 멜로디를 흩뿌린다. 그의 목소리는 북적이는 소리 사이로 흘러나와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어린아이는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연인은 서로 어깨에 기대어 엉덩이를 들썩이며 노래를 듣는다. 음악이 멈출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오고, 다시 웃음소리가 시장을 가득 채운다.

순간,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삶과 이야기가 오가는 무대가 된다. 다양하고 풍성한 추억의 남대문 시장과 신기했던 성남 모란 시장이 더 생각나는 날이다.


여행이란 어쩌면 이런 순간을 붙잡는 일일지도 모른다고. 이름난 건물이나 화려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소리와 냄새, 그 안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을 기억하는 것. 퀸 빅토리아 마켓은 내게 그 기억을 선물해 주었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멜버른의 하늘이 한층 더 밝아져 있다. 시장에서 흘려보낸 아침이, 도시의 하루를 더 생기 있게 물들이는 듯했다. 아, 무료 트램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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