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페루의 옛 잉카제국 도시 마추픽추는 '오래된 봉우리'라는 뜻으로 해발 약 2,437m에 위치한 고산도시이다. 험준한 산줄기 깊은 산에 위치하여 땅에서는 어디에 있는지도 볼 수 없다고 해서 잃어버린 도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1530년대쯤에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잉카제국이 천연두 대유행과 스페인의 점령으로 멸망하였다. 마추픽추도 함께 쇠락하여 완전히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있다가 1911년 탐험가에 의해 발견되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공중 도시’ 마추픽추에 가는 길은 험난하였다. 마추픽추를 더 잘 보기 위해 반대편에 있는 더 높은 산인 와이나픽추를 걸어 올랐다.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를 뜻하는데 바위 산길이 아주 좁고 위험하여 한 줄로 올라야 한다. 입장할 때 사전예약자의 여권과 카드를 기록하고 퇴장 시 사람의 수를 꼭 확인했다. 며칠 전에도 혼자 오른 사람이 추락했다며 인원 수를 꼼꼼히 세고 있었다.
비바람과 새벽안개가 가득한 와이나픽추 정상에 겨우 올라 발아래 뿌연 마추픽추를 내려다보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낡은 사진으로 보았던 구름 속 마추픽추를 꿈꾸었던 지난 45년 시간이 생각나서 울컥했다.
운무와 구름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잉카제국의 전설 마추픽추를 내려보았다. 암벽 위의 사람들은 수수께끼 같은 현실에 놀라며 환호했다. 저 멀리 우리가 올라왔던 산길 절벽 아래로 우루밤바 강이 무섭게 흐르고 있었다. 안개비가 걷히고 안데스 산봉우리에 고색창연한 뜨거운 태양이 떠올랐다. 마추픽추가 흠뻑 젖어 떨고 있는 나를 미소로 맞아주었다.
하나하나 영혼을 담은 것같이 묵직하고 우아한 작은 돌덩이에 깜짝 놀랐다. 마추픽추 그 높은 곳 흙더미 위에 엉성하게 포개져 있는, 화려했던 태양의 도시 마추픽추. 한때는 한가락했을 낡은 건물들은 제 몸 아낌없이 불태워할 일을 다 했다는 듯 뚝뚝 슬픈 눈물에 젖어 있었다. 잉카제국의 유물들은 그 오랜 세월 태양과 달, 별과 비바람에 달아오르고 갈라지며 다듬어져 있었다.
‘이 높은 산봉우리에서 몇천 년을 버티며 눈부신 황혼의 빛깔이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월의 흔적이 스며들어 다듬어져서 전혀 초라하지 않았다. 은은하고 당당하게 빛이 나서 편하게 보였다. 찬란하게 뿜어내는 마추픽추의 건재함이 지금의 나와 은퇴 후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작가 밀란 쿤테라는 예술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드는 것은 후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했다. 잉카제국의 마추픽추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잊혔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니다. 몇천 년을 버티어 새 시대에도 불멸의 유산이 되었다.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초라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자연스럽게 익어가는 것이고 그 사람의 내적 신념과 태도에 따라 숙성하며 깊어지는 것이다. 그 존재 의미가 있고 연륜의 가치가 빛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