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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Oct 03. 2023

‘MBC강변가요제’ 예선탈락한 신해철

대학가요제 대상곡 … ‘그대에게’가 나오기까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 가수 신해철이 출전한 걸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작곡가 원경이 리더로 있던 밴드 ‘아기천사’의 객원 보컬로 신해철 1집에 실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의 원곡인 원경작곡, 신해철 작사의 ‘기다림은 사랑의 시작이야‘로 강변가요제에 출전했지만 예선탈락했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당시 최고의 mc였던 가수 이문세 씨가 예선전 사회를 보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달변가였던 신해철도 자신을 철학과가 아닌 작곡과라고 소개를 하는 말실수를 하기도 한다.

https://youtu.be/wFbf7lgADgE?si=QkADC0XDnsSIs4jd

아기천사 인터뷰 음원

당시 강변가요제의 대상은 댄스라기 보단 율동에 가까운 안무가 인상적이었던 가수 이상은의 ‘담다디‘가 차지했다. 이상은은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슬픈 그림 같은 사랑’을 부른 이상우를 제쳤고 이상우도 2등 상격인 금상을 받으며 대회를 마감한다. 이렇듯 1988년 강변가요제에는 워낙 걸출한 예비 스타들이 포진한 가요제였기에 신해철로서는 아쉬움도 컸겠지만 뭔가 자신의 음악을 더욱 고도화시켜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거다. 그리고 그때 만난 사람이 바로 ‘실험실’이란 밴드로 참가했다가 동대회에서 예선탈락한 훗날 015B를 이끄는 키보디스트 정석원이었다. 대회 이후 그 둘은 의기 투합해 무한궤도의 앨범과 신해철 솔로앨범을 공동 작업해 큰 성과를 이룬다.

https://youtu.be/zdBQIqg9TR4?si=B-hLtFb77E23j2ST

강변가요제 대상 이상은

이후 아기천사 팀의 리더 작곡가 원경은 이상은의 2집에 수록된 ‘사랑할 거야’란 곡을 만들어서 다시 한번 유명세를 타기도 한다. 신해철 또한 자신이 객원

보컬로 참가해 강변가요제에서 탈락한 곡 ‘기다림은 사랑의 시작이야’를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로 제목만 바꾸고 솔로 1집의 타이틀로 발매를 해서 KBS 가요 톱텐에서 1위를 찍기도 했으니 1990년대 초반 가요계는 작곡가 원경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는 어디에??

https://youtu.be/u2hDpELDYSo?si=TirCOtjCea1a1_kl

사랑할거야 -원경-

88년 강변가요제의 예선 탈락이란 슬픔을 이겨내고 신해철은 ‘그대에게’를 만들어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출전한다. 당시엔 생소했던 프로그레시브밴드인 ‘뉴트롤스’의 영향을 상당히 받은 듯한 초반 인트로와 서정적인 가사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변가요제에서의 탈락을 반영한 듯한 마지막 엔딩 부분의 ‘사랑은 기다림의 시작이야’(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의 멜로디로 이어지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대에게) 내 삶이 끝날 때까지 언제나 그댈 사랑해

우우우후 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우우우~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이 세상 살아가는 이 짧은 순간에도 우린 우린 얼마나 서로를 아쉬워하는지

https://youtu.be/SVxiqGiLMCM?si=iaPhsYPCHEcnWvA2

그대애게

https://youtu.be/h4H2Zo2hbIE?si=RvO_J9g-_MkdFQPr​​

슬픈표정하지말아요

서양음악이라면 오로지 공중파 라디오에만 의지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음악을 들어야 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무한궤도의 음악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심지어 88 대학가요제에도 아주 강력한 우승 후보자가 있었으니 이후 ‘칠갑산’이라는 곡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는 가수 주병선 씨였다.

https://youtu.be/8o_j-k0tVMM?si=MYUADlgchACLTfE4

칠갑산 -주병선-

필자는 개인적으로 1988년의 두 오디션은 이변이 없었다면 강변가요제에선 이상우가 그리고 대학가요제에선 주병선이 대상을 받았어야 시대 반영이 잘된 평가라 보는데 워낙 현장 관중들의 반응이 이상은과 신해철에게 쏠려 대단했기에 이변이 일어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즉, 대중가요란 말의 뜻이 반영된 대한민국 최초로 포퓰리즘이 실제로 발현된 시기가 바로 1988년이라 본다는 말이다.


신해철의 실험적인 행보는 이러한 대중의 힘을 받아서인지 거침이 없었다. 물론 기획사의 입김과 전략 도었겠지만 당시 가수들은 솔로 앨범을 발표하면 자신이 가요제에서 수상한 곡을 앨범에 삽입, 대중에 어필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신해철은 솔로 1집에는 강변가요제에서 탈락한 곡인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를 타이틀곡으로 정했고 오히려 솔로 2집에 와서야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곡인 ‘그대에게’를 Myself 앨범에 수록했다.

https://youtu.be/2E9XU5J8fqk?si=h6y3UsM5czoC9UFV

신해철 2집 수록 ‘그대에게’

데뷔 초반부터  안정보단 실험적인 삶을 살았고 또 오랫동안 대중과 함께 할 줄 알았던 그가 2014년 10월 27일, 의료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던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백 분 토론 출연하고 욕을 하도 먹어서 영생을 누릴 것 같다’ 라며 농을 던지던 모습이 생생해서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더욱 안타까움을 주었다.


https://youtu.be/OPSuCKD-BsI?si=ZBKBN0RU1j1vrhyJ

백분토론

1988년 대학가요제 출신인 그가 살아있다면 데뷔 34주년인 샘인데 그렇게 따지니 신해철의 데뷔곡인 ‘그대에게’ 역시 초, 중, 고, 대학교를 비롯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응원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쓰인 지가 벌써 34년 째이기도하다는 이야기다. 이제 다시는 그를 보지는 못하지만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그의 노래 ‘그대에게’가 있음에 사람들의 가슴속엔 아직도 그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듯하다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다’는 그의 노래가사처럼 말이다.

https://youtu.be/VHQWVmuE58A?si=M4L_rHz7bzb25fc4

신해철 마지막 공중파 방송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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