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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Nov 22. 2017

대화 2

아즈마 히로키의 <약한 연결>을 읽고

2.

어제 아즈마 히로키라는 사람의 책 <약한 연결>을 읽었다. 요즘에 가장 핫한 일본의 사상가 중 한명이다. 참 흥미로웠다. 그는 자신을 서브컬처 비평가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하루에 애니메이션을 12편 보고, 책을 수십권 보고... 그랬다고 말한다. 그 대목을 읽으며 서브컬처를 즐기는 사람과 달리 비평하는 사람은 참 피곤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몰아서 뭔갈 하는 분들은 참으로 대단하다. 그런데 그렇게 몰아서 하면 그걸 제대로 알 수 있을까 하는 의심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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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츠키 + 아즈마 히로키

아무튼 너무 재미 있었다. 동시대를 살아간 사람이라 그런지 통하는 내용도 많았다. 내가 서브컬처를 즐기던 때에는 비평은 있지도 않았다. 사실 있었어도 읽었을리 만무하지만. 아무튼 일본은 그런게 있었던듯 싶다. 아니면 이 분도 나처럼 그렇게 즐기고 나서 자신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었던걸까...라는 생각을 잠깐 하다가. 역시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젊었을때 공부를 잘 한 것으로 보아, 나와는 한참 다른 부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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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연결>은 제목 자체가 아주 흥미롭다. 여기선 언급하진 않지만, '약함'이라는 말이 원자의 물리적 힘 중 하나의 양상인 '약력'을 의미한다. 또한 여기선 살짝 언급하지만, '약한 연결'은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의 가장 핫한 용어중 하나다. 물리학을 사회에 적용한 사회물리학에서는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를 '약한 연결'과 '허브' 상태로 해석한다. 여기서 약한 연결이란 과거 전통적인 강한 공동체(=강한 연결)와 대립되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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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는 이 약한 연결을 아주 중요시한다. 그는 이 연결의 핵심이 바로 인터넷에 있다고 보는데, 그래서 '검색어'를 유독 강조한다. 그에게 검색어란 일종의 언어세계다. 그래서 언어세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검색어'를 많이 알아야 한다. 이 검색어는 학문의 세계라면 '개념어', 기획의 세계라면 '키워드', 개발의 세계라면 '코드'라고 말할 수 있다. 아무튼 학문의 세계에서 온 히로키는 검색어라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 우리 인생을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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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를 비평하던 사람답게 그의 관점은 아주 재밌다. 해법도 새롭다. 물론 과거의 이념세계와는 다르게 아주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이다. 가령 그는 "책을 많이 읽어서 어휘력을 높여라"라는 꼰대같은 발언을 하지 않는다. 똑같은 말을 "관광을 대충 많이 해서 검색어를 많이 확보해라"라고 말한다. 학문의 세계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이렇게 일상의 세계로 쉽게 끌어온다. 이는 정말 탁월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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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도식을 잠깐 소개하면, 그는 개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이 개인은 다양한 강한 연결에 구속된다. 이 세계가 바로 일상의 세계다. 마치 내가 가정과 직장에 구속되어 있듯이. 이 강한 연결의 세계속에서는 말도 사물도 검색어도 한계가 있다. 이 한계를 벗어나야만 하는데, 가장 최고의 방법은 독서와 문화 즐기기다. 하지만 우리는 피곤하다. 그래서 이 방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는 그냥 '관광'을 떠나라 한다. 그는 여행과 관광을 구별하지 않는데, 그냥 무조건 일상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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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장소에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언어, 사물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 바로 고개를 숙이고 여기서 접한 경험을 검색하면 된다. 그러면 인터넷의 약한 연결의 세계에 접속된다. 그렇게 새로운 정보를 얻게되고, 인생도 풍부해지고, 사는 맛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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