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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Nov 22. 2017

대화 3

아즈마 히로키의 <약한 연결>을 읽고

3.

히로키는 루소를 전공했고, 또 좋아하는 것 같다. 루소는 고독의 철학자이자 프랑스 혁명의 토대를 제공한 사상가이다. 그의 혁명 사상은 '항심(恒心)' 앞에 '항산(恒産)'을 놓는 맹자를 많이 닮았다. 루소의 사상은 상당히 유물론적이기에 맑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래서 루소의 '일반의지'는 현재까지 자주 거론된다. 나는 루소의 일반의지를 노자의 '소국과민'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2.0적 해석이 아주 궁금했다. 그의 유명한 저서가 <일반의지 2.0>이다. 바로 주문을 했다. 하지만 일반의지 1.0도 잘 모르는 터라 이해할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도전해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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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사회계약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공동의 힘으로 각 구성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보호해 주는 결합 형태, 즉 각자가 전체와 결합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에게만 복종하게 하면서 이전과 다름없이 자유롭게 남아 있게 하는 그런 결합 형태를 찾아내는 것" 그의 관점은 개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한채 공동체에 참여하는 가장 이상적 방법이라는 점에서 히로키의 약한 연결과 아주 유사하다. 게다가 '개인과 전체의 결합'이란 측면에서 히로키가 주장한 '검색어과 인터넷의 결합'과도 죽이 잘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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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다른 시대를 살아가기에 좀 다른 입장이다. 루소는 개인의 약한 연결 대상으로 전체(대타자)를 상정하지만 나는 개인의 약한 연결 대상으로 개인(소타자)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히로키와도 그렇다. 나는 그가 관광을 가서 왜 검색어를 찾는지 모르겠다. 친한 친구와 그냥 수다를 떨면 되지 않을까? 다른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수다가 검색어보다 못하진 않을텐데...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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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키는 약한 연결이 주는 '우연성'을 강조한다. 나 또한 그의 강조에 강조를 덧붙히고 싶다. 인생은 우연성의 총합이다. 하물며 점심먹는 메뉴조차 계획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삶이다. 계획성으로 살아가는 과학계조차 '나비효과' 운운하지 않는가. 이런 점에서 히로키와 나는 필이 통한다. 하지만 역시 우연성을 굳이 인터넷에서 찾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못하다 죽은 귀신이 들었나... 거긴 원래 우연성의 세계인데... 굳이 거기를 왜 강조할까. 검색어보다는 인간관계에서 찾으면 더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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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연결은 개인과 개인, 인간과 인간이 만날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검색어는 그냥 수단일 뿐이다. 검색 그 자체는 별로 의미가 없다. 역시 사람과 사람이 만나야 삶의 의미가 생긴다. 관광도 그렇다. 관광도 혼자가는 것보다 누군가와 동행한다든지, 아니면 가서 누군가를 만난다든지 그래야 한다. 이런 상황을 위해 인터넷이 동원되는 것이지, 검색을 목적으로 관광을 간다는 것은 좀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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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책 중간에 한국과 일본 관계를 예로 들며, 개인과 국가의 관계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관계는 강한 연결이기에 양립불가능한 문제가 너무 많지만, 한국인과 일본인의 관계는 약한 연결이기에 언제든 서로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두손두발 들어 동의하는 바다. 그런데 왜 그의 논의는 이걸 확대하지 않고, 검색어로 샛을까... 두손두발이 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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