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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18. 2017

일반의지 2.0 (1)


아즈마 히로키 <일반의지 2.0>을 읽고 있다. 아래 사진은 46-47p이다. 여기서 그는 루소의 일반의지를 수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아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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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벡터와 스칼라로 일반의지와 전체의지를 구분한다. 벡터는 방향과 크기가 있은 양이고, 스칼라는 방향이 없는 양이다. 히로키가 비유하듯 속도가 벡터라면, 무게는 스칼라이다. 그는 개인들의 방향성을 고려한 의지의 합을 '일반의지'로, 방향성이 없이 단순 의지를 고려한 합을 '전체의지'로 구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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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의지는 루소가 일반의지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위해 상정한 개념이다. 개인들의 단순한 의지의 합, 즉 민의나 여론은 틀릴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의지는 절대 틀릴수 없으며 이를 틀리다고 주장하면 그는 일반의지에 반한 댓가를 치루거나 공동체에서 탈퇴해야=쫓겨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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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대목을 읽기 시작하면서 과거 사회계약론을 읽으며 그렸던 도식을 먼저 그렸다. 전체의지가 단순 총합이라면 일반의지는 대립되는 의견을 배제한 합의된 공통분모라고 생각했다. 나는 굳이 벡터와 스칼라라는 복잡한 개념까지 갈것 없다는 생각이다. 단순한 내 도식이 루소에 더 가깝지 않을까... 도식은 단순할수록 더 아름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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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의 일반의지는 현대 정치학에서 '주권'으로 읽힌다. 루소의 업적은 주권과 정부의 분리다. 정부는 주권자의 의지를 실현하는 수단이자 손일 뿐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던 귀족제이던 군주제이던 상관없다. 규모가 작으면 민주를, 좀 크면 귀족제를, 무지막지크면 군주제를 하면 된다. 이런 그의 의지 개념은 무척 혁명적이다. 프랑스인들은 이 <사회계약론>으로 <성경>에 근거한 오랜 체제를 무너뜨릴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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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의지=주권은 왠지 전체의지를 연상시켜 다소 불안해보인다. 생각이 다른 이들을 전혀 포용하지 않는 느낌이랄까. 실제로 근대의 많은 정치인들은 이 묘한 차이를 이용해 수많은 악덕을 저질렀다. 때문에 나는 이 가슴뛰는 일반의지를 다르게 읽었으면 한다. 내가 읽는 방법은 바로 '헌법'이다. 악법도 법이라며 독약을 마신 소크라테스를 떠올리며 나는 헌법이야말로 루소가 상상한 일반의지의 가장 적절한 독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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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이 글들을 읽으며 또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바로 '경전'이다. 종교의 재도래를 목격하는 요즘 나의 역사관이 반영된 탓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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