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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an 21. 2018

이명박 기자회견을 보고

정치에 대해 딱히 할말이 없는 요즘이지만... 최근에 벌어진 대립각은 왠지 불안하고 불편하다. MB의 성명은 앞뒤가 하나도 안맞는다. 늘 그랬다. 그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이상하게 해놓고, 단 한가지 명확한 메세지를 던지곤 했다. MB가 굳이 노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이런 의도가 않을까. 문제는 여기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발언은 이런 상황을 기다렸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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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 대통령이 침묵하면서 적폐를 잘 청산해주리라 기대했다. 지금까지처럼. 그렇게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라 생각했다. 진보 진영은 광장에서 MB를 처단하고 싶겠지만... 과연 그 사람에게 그것이 고통일까. 차라리 아무도 모르는 사이 청산된다는 것이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 물론 분노했겠지만... 공식적으론 흘리지 않았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떨땐 침묵이 더 강한 분노의 표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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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은 그어졌고, 프레임은 나누어졌다. 이젠 전쟁이다. MB는 '아싸!' 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을지도 모른다. 보수는 어깨동무 하고 화이팅을 외칠 것이다. 보수와 진보의 전쟁이 시작된 기분이다. 그런 기운이 느껴진다. 언론은 이미 들떴고 '역린' 같은 용어가 등장했다. 보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저항하겠지. MB가 선전포고를 했고 청와대는 화답했으니까. 물론 상황은 진보진영에 유리하다. 전세가 유리하더라도 전투에서 꼭 승리한는 것은 아니다. 전투에는 '우연'이 작동한다. 나는 이 우연 자체가 아예 없길 바랬는데... 그 틈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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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정해져 있다. 이 전쟁은 역시나 그분들의 전쟁이다. 모두 전쟁에 익숙한 분들이다. 전쟁에 익숙치 않은, 그래서 전쟁을 혐오하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은 아마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전쟁은 희생이 따른다. 물론 주요 희생은 전선에 나선 분들일 것이다. 부차적 희생은 전쟁에서 소외된 분들이 된다. 아.. 나는 이런 희생이 너무 싫다. 자식이나 부모를 잃고 온몸으로 울부짖는 그런 통곡이. 희생된 이는 말이 없지만, 살아남은 이들은 희생자들의 고통을 짊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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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의 연기가 잦아들때 즈음에는 모두가 피로해졌을 것이다. 지켜본 사람조차도. 이 낡은 전쟁이 어쩔 수 없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때 역시 아쉽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어짜피 겪어야할 혼란인 것을. 우리에게는 겪어야할 혼란이 아직 남았다는 걸 부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혼란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기도하면서 기다릴 수밖에. 제발 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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