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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an 28. 2018

나의 석사, 미술사

오늘 뜻하지 않게 대학원 면접을 보았다. 요즘은 대학원 진학이 드문편이라 예전처럼 크게 긴장하지 않는다. 결과 또한 대부분 긍정적이다. 그래도 형식과 절차는 필요한 터라 의례적인 질문을 던지게 되는데, 내 경우 주로 "대학원에 진학하면 무엇을 공부하고 싶나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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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나온 책 <역사는 디자인된다>를 나의 학사논문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 말은 바로 석사 과정을 연상시킨다. 지난해 일년을 쉬었으니 이제 나 또한 석사에 진학해야 한다. 때문에 위 질문은 사실 나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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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학사도 석사도 진짜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내 마음속 가상 대학일 뿐이다. 나는 대학시절 거의 놀았기때문에 공부를 좀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이 선 것이 5년전이다. 당시 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쓰면서 엄청난 벽에 부딪쳤다. 디자인은 대충 알겠는데, 디자인을 둘러싼 세상, 그 세상이 돌아가는 맥락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알량한 지식으로 디자인을 포장하는 행위는 그만두고, 모든 것을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공부 계획을 짜서 주로 철학과 역사, 구체적으로는 정치-경제-사회-과학 분야의 고전 등 주요 서적들을 읽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역사 분야 독서가 많아졌다. 결국 내가 선택한 전공이 '역사철학'이란 사실을 깨달았고, 결국 나만의 독특한 역사적 관점을 획득했다. 그 보고서가 <역사는 디자인된다>이다. 어설픈 공부가 출판까지 이어진 것은 정말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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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석사과정으로 무슨 전공을 선택할까 고민하고 있다. 인류학과 미술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최근에는 미술사로 마음이 굳어진다. 이상하게도 최근 미술들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고, 학사과정에서 획득한 역사철학과도 연결지점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미술은 내 업인 디자인과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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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미술을 둘러싼 여러 개념들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다. 이 개념을 가시적으로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듯 싶다. 이 작업은 지난 5년의 지난한 읽고쓰기의 과정, 각종 분야의 개념을 내 언어로 바꾸는 각고의 과정보다는 훨씬 재밌을듯 싶다. 일단 텍스트가 아닌 그림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덜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미술이 디자인과 인접분야라는 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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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장점이기도 하면서 큰단점인데, 장점은 뭔가 익숙하다는 점이고 단점은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역사철학은 나와 전혀 다른 분야라 관점의 제약이 거의 없었는데 미술사는 아무래도 선입견이 있는터라 많은 제약을 받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 석사 과정은 이 제약의 틀을 깨는 것이 목적이 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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