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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Feb 01. 2018

도시재생과 청년

http://www.mygoyang.com/news/articleView.html?idxno=45321


이 칼럼의 저자분이 이 책을 읽고 받은 받은 영감은 내가 받은 영감과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결론은 좀 다르다. 나는 "청년들이여 단결하라"라 아니라. "청년들이여 모험을 해라"이다. 게다가 <철학하는 날들>의 책의 주요 주제도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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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년문제가 상당하다. 현정부도 이 문제에 골몰한다. 요즘 핫하다는 도시재생사업의 요체도 청년 문제, 즉 청년진로+창업이다. 쉽게 생각하면 청년들에게 돈을 왕창 투자하자!... 돈도 주고, 기회도 주고, 권력도 주자! 이렇게 주장 할 수 있다. 그럼 정말 될까?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신종 4대강이 될 우려도 있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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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도시재생사업을 보자. 도시재생사업은 쇠퇴하는 지방 소도시를 다시 살리자는 취지의 사업이다. 그런데 도시재생사업의 대상지에는 청년이 거의 없다. 아이가 없으면 마을이 살아나지 않듯, 청년이 없으면 도시는 살아나지 않는다. 개발을 한다고 청년이 많아지지 않는다. 돈을 쏟아붇는다고 재생이 되지 않는다. 4대강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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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쉽게 번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이다. 돈과 기회, 권력을 쉽게 얻으면 쉽게 망쳐버리기 마련이다. 국민이 총력을 기울여 모은 세금, 공공재산을 그렇게 날려버려선 안되다. 기왕에 쓸거면 제대로 써야 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점에서 나는 사실 기본소득에 대해서도 유보적이다. 기본소득은 이미 역사적 경험과 교훈이 있다. 그 교훈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참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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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안이 없단 말인가? 아니 있다. 청년문제는 아이를 낳는 문제와 차원이 다르다. 없는 상황을 있는 상황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상황을 더 좋은 상황으로 만드는 전환하면 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청년식민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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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청년들이 낙후된 도시에 가서 모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미 반나절 생활권이 된 좁디좁은 대한민국에서 지방 소도시로 가는 것은 그다지 큰 리스크가 아니다. 청년들도 새로운 곳에서 새터전 마련할 용의가 있을것이란 생각이다. 나도 그랬지만 그들이 그곳을 떠난 이유는 그곳에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회가 있다면 떠날 이유도, 돌아오지 못할 이유도 없다. 아이가 사라져서 마을이 사라지듯, 청년이 사라져서 도시도 쇠퇴한 것이다. 도시에 청년이 들어가면 다시 생기가 돌 것이다. 그 도시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쁠 것이 전혀 없다. 개발이 먼저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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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사람'이란 원주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도시재생사업이 그 도시에 사는 분들의 민원해결로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청년들이 모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들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돈과 기회, 권력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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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심시티를 하자는 것도 아니다. 하나의 도시를 '자급자족'적 상황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이 자급자족 못하는데 작은 도시가 자급자족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정 영역에 특화된 도시를 만들면 된다. 그리고 이 특화도시 사업을 청년이 주도하도록 기회를 주면 어떨까 싶다. 그들이 도시를 발견하고, 도시를 바꾸도록 이끌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돈과 기회와 권력을 주면 어떨까 싶다. 청년들이 쇠퇴하는 도시를 접수해 그들의 식민지로 만들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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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정책은 과거 일제식민지를 연상하기에 좋은 뉘앙스는 아니다. 사실 당시는 식민지가 아니라 외부인이 우리 땅을 강점한 상황이다. 청년식민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우리의 자식들이 우리의 땅을 점령한다'는 취지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를 생각하면 좋은 취지의 정책이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늘어나는 도시 인구를 통제하기 위해 식민지 정책을 취했다. 쉽게 말하면 인구분산 정책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식민지 정책이란 바로 청년인구분산 정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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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해보자. 아이가 자전거를 처음 배울때 누군가가 뒤를 잡아준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손을 놓아도 혼자 타게 된다. 물론 그 아이는 누군가 손을 잡고 있다고 상상하지만. 그러다 어느 순간, 혼자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때, 그때 비로소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아이는 모험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본다. 청년들이 도시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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