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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Feb 04. 2018

가상화폐는 왜 0원인가

가상화폐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 화폐의 가치는 결국 '0'이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문득 온라인 콘텐츠의 가치는 결국 '0'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약간은 이해가 될듯말듯하다. 그렇다면 결국 비트코인이든 뭐든 가상화폐는 돈, 즉 '금' '은'의 지위를 대체하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법적으로 보장되는 '통화'는 더욱 어렵다. 왜냐면 가상화폐는 중앙 통제를 거부한 개인간 거래(P2P)에 근거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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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콘텐츠는 결국 '0'원이다. 왜 그럴까? 단순하다. 당신이 어떤 상품을 생산해서 판매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초기 투자 비용과 상품의 생산비용을 감안해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다. 가령 초기투자비용이 100만원이고, 천개를 생산할때 상품 하나당 생산 비용이 100원이면, 가격은 150원정도에서 결정된다고 치자. 여기서 50원은 초기투자를 감안한 이익이다. 여기서 생산량이 많아지면 생산비용이 떨어져서 가격은 더 떨어진다. 만개 생산하면 140원, 십만개면 130원, 백만개면 120원, 천만개면 110원... 수천억개면 101원까지 떨어질 것이다. 수천억개가 만들어지니 초기투자비용은 상쇄하고, 이익을 1원만 가져가도 된다. 여기서 문제는 100원이다. 가격은 절대 100원 아래도 떨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상품의 재생산에 들어가는 절대가격이다. 즉 복제에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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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에서 가격은 이렇게 결정된다. 오프라인 콘텐츠는 배제와 경합(경쟁)이 작동한다. 영화관에는 200명의 좌석밖에 없기에 200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예약경쟁을 해야한다. 실패하면 200명에서 배제될 것이기에 다음 기회를 노려야한다. 이런 상황도 가격에 반영된다. 즉 오프라인 상품과 콘텐츠의 가격은 보통 초기 투자 비용, 재생산 비용, 배제비용, 경합비용 등을 고려해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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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일단 온라인에선 배제와 경합이 없다. 페이스북을 사용함에 있어 시공간의 배제를 받지 않는다. (물론 기기가 필요하긴 하지만) 또한 접속함에 있어서도 예약경쟁을 할 필요도 없다.(물론 와이파이 속도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래서 오프라인은 배제성과 경합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관련 비용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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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으로 온라인의 콘텐츠는 복제비용이 '0'원이다. 그냥 드래그하거나 복사를 하면 된다. 게다가 원본과 다름없는 복제가 가능하다. 오프라인으로 치면 재생산 비용자체가 '0'원이다. 온라인의 가격은 초기투자비용만 가만하면 되는데 문제는 앞서 오프라인의 가격결정이 무한대 복제가 될 경우 초기투자비용이 상쇄된다는 점이다. 즉 온라인에서는 무한대 복제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가격결정에서 초기투자비용은 그냥 '0'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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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투자비용도 0원, 복제비용도 0원, 배제비용도 0원, 경합비용도 0원... 이러면 온라인 콘텐츠 가격 비용은 얼마일까? 그렇다. 그냥 0원이다. 결국 온라인에서 생산되는 모든 콘텐츠의 비용은 그냥 0원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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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온라인의 그것이 오프라인으로 나올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령 온라인에서 뜬 캐릭터가 오프라인의 인형으로 만들어지면 온라인에서 캐릭터 사용과 소유는 0원이지만, 오프라인 인형은 절대 0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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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례가 이번 가상화폐 파동에서도 일어났다. 일부 일본인이 한국에서 가상화폐를 팔아서 금으로 바꿔 출국했다. 맑스에 의하면 돈도 상품이다. 이말인 즉 온라인 상품이 오프라인 상품으로 이동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 온라인의 금융상품, 가상화폐는 현재는 엄청비싸지만 결국 0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의 금은 절대 0원이 되지 않는다. 그들은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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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경제학적 지식을 온라인에 적용하면 현재의 온라인 시장은 전혀 이해가 안된다. 왜냐면 경제학적 지식 자체가 오프라인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세상은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 천상과 천하, 지하 세계의 지배자가 다르듯이. 또 그 세계마다 각각의 법이 있듯이. 온라인 경제에도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만약 누군가가 이런 접근으로 경제학을 재구성한다면 그는 분명 노벨상 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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