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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Feb 08. 2018

정연두 작가

https://www.bloomberg.com/news/videos/2017-10-17/yeondoo-jung-on-brilliant-ideas-video


지난번에 공유했는데, 방송을 다시 보니 몇마디 하고 싶어져 다시 공유한다. 정연두 작가님은 내가 만난 가장 훌륭한 성품을 가진 작가님이다. 작가님과 만날때면 대부분 나의 어설픈 의견을 경청하시는 편이지만, 가끔 당신의 작업 과정을 얘기할때면 그 여운이 길게 간다. 그분의 성실한 노력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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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고전, <중용>에서는 이 노력을 ‘성誠=성실함’이라 강조합니다. 저는 요즘 이 ‘성실함’을 다시 생각하곤 합니다. 최근 주목 받는 예술 작품들도 대부분 성실함이 묻어 있습니다. 물론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발견함에 있어서도 성실함이 요구합니다. 성실한 앎의 노력이 있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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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장은 아름다움을 주제로 쓴 원고의 일부분이다. 최근 아름다움에 있어 또 현대 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성실성'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나는 이 문장이 들어간 단락을 쓰는 내내 정연두 작가님을 연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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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의 저자 양정무는 정연두 작가의 작업을 플라톤의 동굴에 비유한다. 나는 그 대목을 읽으며 크게 공감했다. 확실히 결과와 과정을 모두 전시하는 작가님의 작업은 동굴의 그림자가 어떤 모습인지 투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플라톤은 그림자를 벗어나 이데아로 나아갈 것을 권유하지만, 어쩌겠는가 현실은 역시 그림자인 것을. 게다가 플라톤조차 이데아를 구경했으면 다시 그림자로 내려올 것을 권유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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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정연두 작가님의 작업은 그림자를 재현하지만 그 방향은 플라톤의 동굴과 정확히 거꾸로다. 그는 사람들의 꿈을 재현한다. 즉 동굴 안의 그림자가 이데아요. 동굴 밖의 이데아가 그림자이다. 게다가 그 이데아의 꿈을 추상적 표상이 아닌 현실적 사진으로 남겨서 간직한다는 점에서 그림자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이데아를 선물한다. 그 묘미를 알면 작가의 꿈 시리즈가 새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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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는 반가운 얼굴들이 나온다. 디자인캠프 2기 참가자들이다. 정연두 작가님이 멘토로 참가한 디자인캠프 2기 참가자들은 캠프 이후에도 꿋꿋히 계속 작업을 이어갔다. 결과물은 선재아트센터에서 공연했다.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작가님은 작은 만남을 큰 작품으로 승화시키겼다. 큰 경험을 남겨주셨다. 역시 사람은 좋은 사람을 만나야 좋은 경험을 하고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작은 확신을 갖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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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학교를 그만두신 뒤로 작가님을 자주 뵐 수 없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니 학교는 작가님에게 감옥같은 곳이었다. 무언가에 구속된다면 그것은 역시 감옥이다. 물론 작가님은 "아주 좋은 경험이었어요"라고 말씀하실테지만. 우리는 새가 새장에 있으면 만날 수 있지만, 새는 날 수는 없다. 새장 문을 과감히 열고 날아오르신 작가님의 소식을 이렇게 접하니 반갑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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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이야기를 하니, 과거의 에피소드 하나가 떠오른다. 처음 디자인학교를 시작할때이다. 우리가 온라인 디자인학교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조언을 해주곤 했다. 그런데 작가님은 유일하게 다른 반응, 생각해보면 참 특별한 반응을 보여주셨다. 그분은 첫마디는 이거였다. "전 무엇을 하면 되나요?" 이 말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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