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과연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난 왜 이런 짓을 하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어린시절 나는 미술 숙제를 받고, 이런저런 장난질을 하다가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상을 받았다. 같이 장난치던 친구도 상을 받았다. ㅎㅎ 과연 그 그림이 '그림'일까? 그냥 우연 아닐까? 지금의 나로서 그것은 '그림'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상을 받은 사실 자체가 '헤프닝'이다. 당시 우리는 킥킥거리며 집에 왔다. 만약 이 '사건 전체가 현대예술'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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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그림은 우연이 아니다. 스타일이 어떻든 작가의 의도와 의지,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회화'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림'은 '그리움'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자기가 생각하는 무엇 혹은 어떤 느낌을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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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아르놀트 하우저는 예술을 '자연주의'와 '형식주의'로 구분한다. 자연주의는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고, 형식주의는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것이다. 전자는 기술이고, 후자는 개념이다. 여기서 공통으로 중요한 것은 '그리는 것'이다. 누가? 사람이다. 사람이 보이는 대로 그리는 기술, 혹은 사람이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개념이 표상화될때 우리는 이를 '그림'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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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표상은 감각적 표현이다. '감각'은 생명의 감각을 말한다. 그래서 침팬치가 그린 그림도 '그림'이다. 그 그림을 통해 침팬치의 감각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그림을 새까맣게 칠한다며 그것은 어떤 느낌의 표현일 것이란 상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감각이 없는 인공지능은? 우리는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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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그리는 것을 그림이라 말할 수 있을까? 기계가 사물을 보나? 생각하나? 그래 감각도 생각도 있다고 치자. 그럼 기계의 감각은 기계 고유의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조작인가? 이런 것에 대한 논의가 있던가? 그것이 어떤 기표로 등장한다면 그것에 어떤 기의를 부여해야 하나? 과연 해석이 가능한가? 개발언어로? 숫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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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인지... 기계가 인간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데, 왜 기계에게 이런 것을 시키는 것일까... 아무 의미도 없는... 서커스같은 느낌이랄까... 인간이 기계가 되고 싶은 것일까... 난 도무지 이런 행위 자체가 잘 이해 안된다. 그림은 언어지 스타일이 아니다. 차라리 그냥 사진을 회화처럼 바꾸는 앱이 더 흥미롭고 유용하다. 마치 번역기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