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설적 상상을 해본다. 반은 동물, 반은 인간인 반인반수의 그림이 동물을 숭배하던 구석기인들의 세계관이었다면, 신이 물질적 동물에서 빛과 같은 비물질적 정신이 되면서 반인반수 같은 표현이 불가능했으리라. 그렇기에 신을 묘사하는 모든 행위를 금지했던 계율은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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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인간이 언제 자신이 만든 규범을 따랐나... 그런데 신을 본 적이 없으니 반인반신은 그릴 수 없었으리라. 어찌 할 수 없으니 전경에 그냥 인간을 그려놓고 배경을 그럴싸하게 표현해 이를 '신'이라 우길 수밖에. 물론 표현 방식에 있어 눈에 보이는 시공간의 법칙을 깨뜨리는 효과도 시도해볼만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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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그려놓고 '이게 신이다'라고 자꾸 말하다 보니, "진짜 신은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수도 있겠지. 그러면서 인간이 만든 국가나 규범, 과학적 법칙 등이 신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사람들도 점점 종교보다는 이런 인공물을 숭배하기 시작했다. 신이 아닌 인간영웅을 신이라 우기려니 얼마나 많은 거짓이 동원되었을까. 엄청난 이불킥은 엄청난 희생을 초래했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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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멸의 인간은 확실히 불멸의 신이 될수 없다. 아무도 믿지 않는데 더이상 거짓을 말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신은 필요하니, 이번엔 거대한 기계를 동원해 신을 만들려는 욕망이 샘솟기 시작했다. 핵, 우주개발, 로봇, 인공지능 등 신의 이름은 옛날처럼 다양하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에 걸맞게. 새로운 신 개발 프로젝트는 현재 급속히 진행중이며, 많은 이들이 이쪽으로 개종하고 있다. 나 또한 그럴지도. 동시에 얼마 안가 엄청난 종교전쟁이 시작될지도 모르겠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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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이기심을 누르고 함께 살기 위해서는 공동체를 묶어줄 기제가 있어야 한다. 가장 유용하고 유력하며,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방식이 바로 '신=종교'이다. 유명인인 하라리 선생님이 이를 '인지혁명'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 흐름을 보태면, 오랜 옛날 '동물'에서 '빛'으로 다시 '인간'으로 왔다가 다시 '전기'로 가는 방식은 물질과 비물질이 공평하게 반복되는듯 싶다. 마치 중국왕조를 북방과 남방 민족이 사이좋게(?) 주고받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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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이런 뻘생각이 자주 든다. 보통은 그냥 혼자 상상하고, 벽에 대고 얘기하고 잊어버리곤 하는데, 이제는 이렇게라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치 동굴벽화를 그린 구석기 조상님들처럼. 어짜피 시간이 지나면 지금 확실한 것들도 모두 뻘소리가 될 것 뻔한데 뭐. 결국 속도와 순서의 차이일뿐이란 생각에 용기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