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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un 23. 2017

중국 사상과 서양 계몽 사상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요즘은 중국 사상과 17-18세기 서양 계몽 사상과의 관계가 흥미롭다. 뿐만 아니라 11세기 북송오자의 이학(理學)은 피사의 로마법 발견 이후의 중세 해석자 혁명과 겹쳐지고, 16세기 양명학은 루터의 종교개혁과 겹친다. 근대의 공리주의는 전국시대 고자의 의리론(義利論)과 유사하다. 서로 유사한 환경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서로가 영향을 주고 받은 탓인지 그 인과관계는 알 바가 없지만.


18세기 초에 육경을 설명하는 책이 유럽에 번역되어 널리 퍼졌으니 당시 유럽의 중국풍은 상상이 가능하다. 공맹사상이 프랑스의 케네에 영향을 주어 '중농주의' 경제학을 낳았고, 독일의 라이프니츠, 볼프에게 영향을 주고, 나아가 칸트와 헤겔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이미 새로울 것도 없지만. 프랑스 혁명을 낳은 루소와 볼테르의 핏대는 이해하기 어려운 정도로 너무나 중국풍이다. 맹자의 기세가 중국에서도 날이 거듭하며 드높아지는데, 그것이 서유럽에서 혁명으로 관철된 것은 아닐지 상상해 본다. 이런 상황이라면 먼저 동양의 경서를 공부하고 서양의 근대 고전을 연구해야 옳은 접근이 아닐지 의심해본다. 게다가 항산(恒産)이 항심(恒心)을 낳는다는 맹자의 주장은 맑스의 유물론과 전혀 관계가 없을까... 이런 상념들이 머리속을 어지럽힌다.


맹자는 <중용>의 저자이자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의 학풍을 잇는다. 칸트는 볼프의 제자 비르핑거를 통해 <중용>에 심취했다 한다. 중국(明)에서 <맹자>를 다시 곧추세우는 자는 양명이다. 오늘도 나는 양명을 논하는 책에서 칸트의 신존재 비판과 유사한 구절을 발견했다. 칸트는 100탈러의 개념과 현실을 구분하고 개념만으로는 현실의 물건을 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에서 신존재를 비판하는데... 약 300년 앞서 양명은 '재산 목록'으로 경전의 의미와 현실의 마음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내 눈에는 너무 유사한 비유같아, 접근 방식에 있어 약간의 표절이 의심되는데... 뭐 눈에는 뭐만 보이는 탓이겠지. 뭐 이런 식의 표절이라면 많을수록 좋고, 널리 권장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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