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최저임금'이라는 소모적 논쟁을 반대하는 첫번째 이유는 노동을 '최저' 상품으로 여기는 경멸적 단어 선택 때문이다. 둘째는 노동 상품의 가격을 정부가 매기려 하는데 이에 상응하는 다른 상품들의 가격은 정부가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상품의 가격이 올라도 이에 상응해 다른상품의 가격이 오른다면, 그 효과는 도로아미타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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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재벌 중심의 한국시장에서 상품의 가격을 매기는 주체는 이미 정해져있다. 그래서 세번째 이유가 생긴다. 가격을 매기는 주체가 정부와 재벌이고 이들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기 어렵다. 때문에 가격 매김을 당하는 상품들만 피해를 보는데, 노동 상품은 말을 할 수 있기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끌한 논쟁은 너무 아프다. 이유는 소상공이라는 못가진 사람과 최저임금을 받는 못가진 사람이 서로 다투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최저 아니 최악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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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높아질 경우 피해 보는 것은 재벌이 아니라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이 사라지면 재벌은 이익을 본다. 자신들이 관리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관리가 안되면 직영하면 되니까. 조양호 일가가 커피전문점으로 이익을 챙겼듯 그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결국 최저임금 논쟁은 최저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끼리 싸움을 붙혀놓고 그 틈을 이용해 재벌이 이익을 보려는 속셈이다. 만약 소상공인이 무너질 경우 좁디좁은 우리 경제 하부가 더욱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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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재벌들은 노동 상품 가격에 상응해 물가를 올릴 것이다. 원가 상승, 수입물가상승 등의 노동과 상관없는 이유를 대면서. 사물 상품들은 말을 못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대변한다. 소비자들이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툴툴거릴 때가 되면 재벌들은 관대하게 자기 기업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줄 것이고, 상대적으로 최저임금은 다시 생계가 불가능한 최저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재벌과 정부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국형 양극화는 더욱 공고해진다. 마치 신분으로 구분된 고대 도시의 지형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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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지... 이제 가짜 문제에 속지 말고 진짜 문제를 봐야한다. 한국 경제의 최대악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일부 세력의 순환적 독점구조이다. 이 독점이야말로 영원한 적폐다. 거대한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제발 최저임금으로 힘빼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