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흔한 오해 2

by 윤여경

디자인을 공부하려면 조형원리를 공부하면 된다. 어제는 조형원리를 배운 행운의 청년을 만났다. 그는 조형원리를 응용해 열심히 디자인했다. 그러다가 인상 깊은 수업을 듣고 선생님께 만남을 청했다고 한다. 약 3시간 동안의 열띤 대화가 오갔고, 그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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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 선생님을 뵙고 조형원리를 이해했다고 한다. 자신이 배운 조형원리를 도식화해서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조형원리가 조형이론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이론을 응용해 뭐든 디자인을 할수 있다며 의기양양했다. 벌써 많은 후배들에게 이 이론과 방법을 소개했다며, 이를 통해 후배들의 디자인이 많이 달라졌다며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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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하는 내내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그를 보며 "인간이 문자를 처음 배울때 저런 표정이었을까" 생각했다. 원리를 알면 엄청난 가능성이 보인다. 그는 그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런데 의문이 있다. 그에게 무슨일이 일어난 걸까? 그는 왜 조형원리를 배우고 나서가 아니라 조형이론을 만들고 나서야 그게 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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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란 것은 별개 아니다. 어떤 현상이나 개념을 정제된 언어로 정리하면 이론이 된다. 디자인의 경우 답이 없기 때문에 조형원리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하면 이론이 된다. 그래서 디자인 이론은 보편적이기 보다는 개인적인 경우가 많다. '개인이론이 이론이 될수 있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 이론이 디자인 방법론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계속해서 더 적절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시지푸스와 같은 디자인의 운명 때문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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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이론은 조형원리를 자신의 언어로 바꾼 것이다. 나는 이를 '시각언어'라고 말한다. 조형원리를 조형이론으로 승화시킴으로서 시각언어에 눈이 뜬다. 문자만이 아니라 이미지를 가지고 읽고 쓸 줄 알게 된다. 말과 글이 아닌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배운 것이다. 새 언어를 알게 된 그는 디자인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언어적 목적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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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를 다룬 영화에는 그녀가 물을 만지며 "워터! 워터!"라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녀가 사물마다 각각의 이름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다. 그녀는 언어의 원리를 알면서 왕성한 학습력이 생겼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그녀는 결국 훌륭한 학자가 되었다. 이렇듯 새로운 언어를 깨달으면 엄청난 가능성과 호기심 생긴다. 나아가 자랑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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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원리를 배웠다고 끝이 아니다. 그것을 자기 언어로 정리해 시각언어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때 비로소 매체디자인의 가능성이 생긴다. 나는 확신한다. 시각언어 기본이 탄탄하면 그 어떤 매체를 접하더라고 금방 적응 할수 있다고. 특히 요즘은 매체가 급변하고 다각화된 세상이다. 이럴때는 매체 자체에 몰입하기 보다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마치 인쇄가 발달하기 시작한 중세에 문법과 논리학이 중요시 되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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