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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03. 2018

상식의 명령

"사람들은 상식의 명령대로 살아간다" 노명우의 <세상 물정의 사회학>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나로 하여금 읽기를 멈추고 사유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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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을 읽자마자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생각났다. 그녀은 나치 전범인 아이히만의 재판을 보며 '생각하지 않음'이 낳은 악한 행위의 원인임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모호하다. 나도 가끔은 멍청히 있곤 하는데... 그게 악일까? 그녀가 말한 '생각하지 않음'이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 질문을 던지며 항상 악에 대한 생각의 끝이 흐려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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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만난 저 문장은 흐려진 생각을 다소 또렷하게 만든다. "아! 생각하지 않음은 상식의 명령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구나!"라는 느낌이다. 우리는 부모나 선생, 동료의 조언을 청하곤 한다. 다양한 관점을 접하면 자연스럽게 여러종류의 상식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떤 상식이 언론을 통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식이 굴절되어 '사실'의 탈을 쓰기 때문이다. 언론은 늘 자신은 사실을 보도한다고 주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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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우리 사회가 하나의 상식을 사실로 여기고 그것을 그대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자주 목격한다. 재밌는 것은 상식=사실이 자주 뒤집히는데 사람들은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에 무감각하다. 왜 그럴까? 나는 우리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기 보다는 '상식의 명령대로 살아가'는 탓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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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다양한 상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텐데. 하나의 상식이 아니라 다양한 상식이 공존하고, 주어진 상식이 아니라 스스로 만든 상식을 따르면 세상은 좀 선해질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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