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증과 시각언어

by 윤여경

자폐증에 관련한 책 <뉴로트라이브>를 읽으면서 시각언어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된다. 일단 자폐증 증세에 일반적인 언어 문자보다 그림으로 된 지시형 문자가 소통하기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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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기호학에서는 '인덱스'라 말한다. 인덱스와 시그널은 표현과 의미가 1:1로 매칭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개념이다. 이런 기호들이 있는데, 올릭핌에서 쓰이는 픽토그램, 문자메세지에서 주로 사용되는 이모티콘도 비슷한 그림기호지만 엄밀히 말해 이런 아이콘들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 층위를 갖는다는 점에서 인덱스는 아니다. 인덱스는 화살표 처럼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 정확하게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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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표는 인덱스에 해당된다. 숫자도 인덱스에 해당된다. 물론 음표는 연주자들의 다양한 해석 여지가 있다. 그럼 숫자는 어떨까? 과학자들은 '1'을 놓고 다양한 의미층위를 말할까? 그렇지 않을듯 싶다. 이렇듯 수학처럼 엄밀한 언어들이 있는데... 나는 20세기 초 분석철학을 이끈 오스트리아 논리실증주의가 이런 언어체계를 꿈꾸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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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이란 무엇일까? '1'도 추상이고, '사랑'도 추상이다. '1'은 다양한 의미를 제거하고 오로지 양적인 판단만 한다. "장식은 범죄다"라는 아돌프로스의 주장에 가깝다고 할까. 반면 '사랑'은 정반대다.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고 오로지 질적인 판단만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추상이다. 이 추상은 모든 구상을 포함하기에 단순해 보이만 해석의 여지가 복잡한 추상이 된다. 삼각형이나 원 같은 기하학적 도형처럼.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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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과 같은 기호는 숫자이고, '삼각형' 같은 기하학적 도형은 상징이다. 숫자와 상징은 똑같이 추상이지만 의미가 다른 추상이다. 하나는 양적이고 다른 하나는 질적이다. 이런 극단적 상황때문에 사람들은 추상을 많이 헷갈려하고 어려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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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 환자는 '사랑'이란 단어는 어렵다. 하지만 '1'과 같은 단어에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그들은 기억력이 비상하고, 무척 어려운 수학적 난제들을 쉽게 해결한다. 하지만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는데는 이상하리만큼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은 이런 비상한 사람들을 존경하지만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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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을 겪은 사람들 중에 위인이 많다. 이 책의 첫 사례자인 과학자 캐번디시도 그렇고 현대의 많은 개발자들도 비슷한 증세가 있다. 이들은 정합성을 같은 정확한 언어, 숫자와 같은 양적 언어에 비상한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현대 과학과 현대 디지털 세상이 급격히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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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들은 미래의 세상에 대한 다소 어리석은 낙관을 갖고 있다. '사랑'과 같은 언어는 이들이 공감하고 다루기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온전히 미래를 맡겨서도 안된다. 이 문제에서 만큼은 사람들과 공감하는 철학이나 정치적 언어에 밝은 사람들. 숫자 등 정합성을 갖춘 언어 이해력은 떨어지지만 삼각형과 같은 복합적인 상징 개념을 다루는 이들의 조언을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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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은 '장애인'만큼이나 뭔가 이상한 표현이다. 능력이 다른 특정인들을 환자로 취급한다고 할까. 사실 따지고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고 환자인 것을. 부족한 사람들끼리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게 당연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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