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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pr 29. 2019

미술 양식

양식. 언젠가부터 예술과 디자인의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빈의 알로이스 리글과 그의 제자들, 대표적으로 곰브리치 같은 사람들이 퍼트린 용어인데, 사실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모리스조차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성을 주장했기에 이 용어는 19세기말 유럽의 보편적 현상이자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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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식은 미술의 도식이다. 도식을 그려야 사태를 분명하게 이해할수 있듯이 양식을 알아야 미술사가 이해된다. 그래서 양식이 모호한 동양미술사는 이해가 잘 안되고 취향만이 난무한다. 리글은 미술을 진리가 아닌 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는 이해가능한 상태로 시대적 맥락, 즉 시대정신이 반영된 기록적 양식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19세기 당시 역사주의 양식에서 볼 수 있듯 미술사에 식견있는 지식인들의 보편인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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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근대 자유주의 정신에 비추면 이 양식이라는 말이 참으로 터무니없다. 이제 신의 의지가 아니라 자유의지로 무언가를 표현하고 만드는데 무슨 양식성이 있을리가. 르네상스 이후 근대 미술도 따지고 보면 모두 양식파괴운동으로 볼수 있는데, “시대를 대표하는 양식을 만들자니”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말인가. 모던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채 30년도 못버텼으면서 무슨 얼어죽을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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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점에서 근현대 미술을 양식으로 따지려는 시도는 참으로 어리석다. 시대적 양식을 창출하려는 시도 또한 어이없다. 고대 이집트 시대도 아니고. 차라리 고전양식파괴사라 명명한다면 그건 다소간은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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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미술이란 보통 고대그리스+로마 미술을 말한다. 그런데 +라고 쓴 그 사이 요상한 시대가 감춰줘 있는데 바로 헬레리즘 시대다. 이 시대에는 어떤 양식이 있었을까... 나는 늘 궁금했다. 그 넓은 지평과 다양한 문화에 고전 그리스 양식만에 존재했을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고전 그리스 양식이 마구잡이로 융합되거나 파괴되고 있지 않았을까. 이런점에서 우리 근현대 미술사의 전범이 아니 교훈이 핼레니즘 미술사에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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