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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14. 2017

우상을 둘러싼 논쟁

그리고 남북축의 문명 교류

요즘 미술사를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 두가지다. 하나는 우상숭배와 우상파괴 사이의 차이다. 두번째는 동서축의 문명 교류와 함께 남북축의 교류다. 둘 모두 문명의 흥망에 있어 아주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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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상을 둘러싼 갈등을 볼때, 우상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신을 인격적으로 본다. 그래서 다양한 인격적 이미지들을 만들고 그것을 향유한다. 주로 문자를 모르는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종교들이 그렇다. 수도원중심의 가톨릭, 대승불교 등은 경전보다는 각종 신과 성인들의 이미지를 통해 선교한다. 마치 신화와 같은 다양한 이야기를 동반하면서. 반면 경전을 중시하는 그리스정교회나 이슬람, 소승불교, 유대교는 우상에 부정적이거나 금지한다. 몇가지 형식화된 이미지만을 허용할 뿐이다. 이들이 가진 신의 관점은 보편적이며, 이 보편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하학 같은 추상적 기법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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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우상을 둘러싼 갈등이 몇차례 눈에 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예수님 탄생이다. 기원전후를 가르는 이 시점에서 예수님이 등장해 화려하고 방탕한 헬라스 신화와 우상을 공격한다. 두번째는 700년대 레오3세의 우상파괴운동이다.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레오3세는 우상파괴를 명령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수도원중심의 가톨릭에 대한 견제가 되었고 후일 로만 가톨릭과 그리스 정교회가 결별(1054년)하는 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1500년대의 종교개혁이다. 프로테스탄트들은 면죄부와 우상숭배를 부정하며 초기 기독교 정신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 이 역시 부패한 수도원에 대한 공격이 병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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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동서 문명교류는 제국의 확장이 눈에 띈다. 제국이 확장되는 방향은 주로 동서축이 강한데 먼저 북방의 민족들을 봉쇄하는데 성공해야만 했다. 한나라가 흉노를, 로마가 켈트와 게르만을 봉쇄함으로서 동서축의 제국 확대가 가능했듯이. 뿐만아니라 알렉산더의 행보, 이슬람의 확장, 당나라의 확장, 원나라의 확장 등에서도 볼때 제국은 전형적인 동서축의 확대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문명 교류가 생기는데 이 교류는 다소 안정적이다. 고도의 문명이 다른 고도의 문명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고, 그것이 더욱 섬세하게 발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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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교류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야만적이라 불리는 북쪽의 민족들은 문자보다는 이미지에 강하다. 기록을 위한 문자는 주로 남쪽 문명에서 비롯되었고, 북쪽은 구전으로 문명을 전승하였기에 춤과 노래가 발달했다. 이미지 또한 남쪽은 엄격한 형식에 기인한다면 북쪽은 다소 투박하더라도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때론 북쪽의 그림이 훨씬 화려하고, 섬세한 경우도 많다. 실제로 플랑드르 중심의 북유럽 르네상스의 화가들의 실력은 이탈리아 남유럽 르네상스의 화가들보다 훨씬 기법이 다양하고 소재도 풍부하고 표현력도 뛰어났던것 같다. 반면 남유럽 르네상승의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바사리, 알베르티 같은 이들은 문자와 개념을 통찰하였기에 형식을 정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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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 교류를 역사적으로 살피면 가장먼저 12세기 도리스인의 침공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미케네 문명이 사라지고 새로운 그리스 문명이 태동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리스는 동쪽의 페르시아, 서쪽의 로마와 교류하면서 상호작용하는데 도리스의 충격보다는 안정적이었다. 두번째로 게르만의 침공이다. 476년 서로마는 게르만에 의해 멸망하고 중세에 돌입해 초기 기독교 문명을 형성한다. 이 문명은 샤를마뉴대제의 프랑크왕국으로 완성되었다. 이를 카롤링거 르네상스라 말한다. 세번째로는 바이킹의 침공이다. 794년 노르만의 바이킹은 영국 동쪽 섬의 린디스판 수도원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을 장악한다. 이로 인해 유럽의 기독교 문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3번의 침공 모두 역동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그리고 요즘들어 북유럽과 북반구의 남반구 침공이 눈에 띈다. 모두 알다시피 '근대'라 말하는 시대다. 우리는 이 시대 안에 있기에 뭐라 평가하기가 어렵지만 그 변화는 상당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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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상을 둘러싼 갈등과 남북의 문명 교류. 둘 모두 역사와 문명, 미술사와 이미지를 이해하는데 좋은 단초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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