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술가, 디자이너, 평론가 등 문화 전문가의 자질로서 인문학적 소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주로 문사철, 문학 역사 철학으로 대표되는데, 이중 가장 중요한 자질이 문학이다. 문학은 스토리텔링과 퍼포먼스 기술이다. 소설가는 전자가 뛰어나고 시인은 후자에 능숙하다. 디자이너는 소설가처럼 스토리텔링을, 미술가는 퍼포먼스 기술이 좋다. 사실 막상 실제 작업에 들어가면 미술이든 디자인이든 스터리텔링과 퍼포먼스의 경계를 긋기 어려울 정도로 동시에 고려된다. 실제 작업에서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허황되다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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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양이 좋으면 유명해진다. 소위 잘나가는 힙한 작가가 된다. 하지만 힙의 단점이 있다. 바로 소비성이다. 소비되면서 잊혀진다. 그래서 힙의 한계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려면 철학적 소양이 요구된다. 여기서 철학적 소양이란 과학적 소양을 내포한다. 철학은 보편적인 제1원리를 찾는 과정인데 과학을 모른채 원리를 찾는다는 건 사막에서 지뢰찾기에 가깝다. 지뢰용 전자파를 이용하면 수고를 훨씬 더니까. 문학과 철학이 만나면 오래간다. 고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려운 단어들로 나열된 철학보다는 문학적 내용이 풍성한 철학이 아무래도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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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철학을 갖추면 최상급인데, 다소 아쉬운 점이 있다. 철학은 굉장이 깊고 강력한 사유이기에 편견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연히 관대함과 유연함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경직된 사유에서 빠져나오려면 역사감각, 역사적 소양이 있어야 한다. "아 내 철학은 이런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 철학을 취사선택할수 있다. 상황에 따라 역사와 궁합이 맞는 철학을 취하면 된다. 가령 현재 한일문제의 경우 어떤 철학을 취하면 좋을까? 그럼 비슷한 역사를 찾아 성공한 철학을 취하면 된다. 과거의 일은 지나갔기에 결과를 알수 있다. 즉 교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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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삼박자를 갖춘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전문 분업화 시대라 그런가. 하긴 예술과 디자인까지 분업화 되었으니 문사철이 분업된 건 당연하다. 하지만 디자인을 잘 하려면 예술적 자질이 필요하고, 예술을 잘 하려면 디자인적 자질이 필요하듯, 문학과 철학 역사적 자질도 상호적으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