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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08. 2019

게임이론으로 본 한일관계

요즘 한일 관계를 보면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이 생각한다. 주로 행동경제학에서 거론되는데, 심리학이나 진화론에서도 종종 거론된다.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이 단순한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무조건 '배신'을 해야 한다.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를 피상적으로 이해하면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무조건 이기적=배신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결론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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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배신은 게임 한번 이루어질때 승리한다. 만약 게임이 반복되서 진행되면 배신전략은 필패한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는데 가령 게임이 100번 있다는 한정적 상황, 게임이 무한대로 지속되는 상황,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처한 상황 등 외부의 규칙이 어떠냐에 따라 최선의 전략도 달라진다. 

로버트 액설로드는 이 이론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적용해서 '협력의 진화' 과정을 주장한다. 그는 가장 최선의 전략으로 '상호성 전략(Tit for tat)'을 꼽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불리는 이 전략은 먼저 협력을 하고 상대의 전략을 따른다. 협력하면 협력하고 배신하면 배신하다. 계약사회와 비슷한 전략으로 현재 한일 관계와 비슷한 경우다. 하지만 이 전략의 핵심 포인트는 '협력'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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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다양한 전략이 있다. 무조건 협력하는 표류, 무조건 배신하는 무임승차, 상대방이 배신하거나 협력하든 몇차례 나의 전략을 고수하는 방아쇠 전략 등이 있다. 방아쇠 전략은 협력이든 배신이든 일단 결정되면 상대방 전략과 상관없이 그대로 밀고 나가는 방식이다. 방아쇠가 당겨지면 어쩔 수 없듯이. 비슷하게도 일본의 사상가 가라타니 고진은 현대 사회는 교환가치가 중요하다며 몇가지 상황을 말한다. 상호성전략, 공동기탁, 약탈, 호수증여가 있다. 상호성은 Tit for tat과 유사하고, 공동기탁은 표류와 약탈은 무임승차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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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증여는 방아쇠 전략과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상호적인 신뢰를 전제하고 선물을 주고 받는 증여방식과 신뢰한다면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협력(혹은 신뢰하지 않으면 상대가 어떻게 나오든 배신)하는 방아쇠 방식이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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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생의 전략으로 상호성전략보다 방아쇠전략을 선호하다. 일단 한번 신뢰한 분들 큰 일이 없는한 신뢰하는 편이다. 반면 한번 신뢰가 깨지만 잘 회복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알거나, 한없이 나쁜 사람을 아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살다보니 되도록 '협력'으로 방아쇠를 당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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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의 한일 관계도 상호성 전략보다는 방아쇠 전략으로 갔으면 한다. 물론 무조건 협력하라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나라이니만큼 서로 으르렁대면 좋을 것이 없다. 이미 국제관계와 세계경제 상황으로 볼때 혼자서 살아가는 독립은 불가능하다. 트럼프의 편가르기에 편승해 무임승차=약탈로 가면 신뢰자본을 상실해 언젠가 반드시 탈이 난다. 당장은 정서상 저항을 해야겠다면 좀 더 대승적 시각에서 이 사태를 끌어갔으면 좋겠다. 정부도 시민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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