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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15. 2017

이미지와 그림자

플라톤, 동굴의 비유 

이미지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자연스럽게 플라톤 동굴의 비유에 나오는 그림자를 떠올리게 된다. 그는 동굴속 그림자는 거짓이자 허상이며 동굴밖의 태양빛이 실재이자 이데아라고 말했다. 후일 실험과학의창시자 17세기 프랜시스 베이컨은 '동굴의 우상'이라 하여 플라톤의 이런 이분법적 태도를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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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플라톤의 '비유'가 참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허상의 그림자가 상상력이라면. 인간의기억은 언제나 왜곡되고 재구성된다는 현대 뇌과학의 성과를 고려하면 당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는 너무나 탁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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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는 '맥락부호화'라는 말이 있다. 어떤 단서나 맥락을 보면 그것을 통해 당시의 기억이 떠오른다는 말이다. 가령 옛날 책을 보다가 사이에 끼워진 네잎클로버를 발견했다. "아니 이것은 중학교때 그녀가 준..." 이 순간 우리는 중학교 시절로 들어간다. 그리고 잠재된 기억에 불이 붙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물론 이 기억에는 거짓과 실재가 구분되지 않는다. 그냥 제멋대로의 기억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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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동굴속에 비친 그림자는 뒤에 있는 인형이 모닥불에 비친 것이다. 고개를 돌리고 인형과 모닥불을 지나야 동굴밖으로 나온다. 나는 이 인형이 기억의 단서가 아닐까 싶다. 이 인형은 착상된 기억의 모닥불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어 벽에 그림자로 비춰진다. 그 그림자가 바로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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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태양의 이데아는? 좀 어렵다. 감각적 경험일까? 아니면 이념이나 개념일까? 프레임은 아니고 패러다임 같은 가치관? 이것은 어떤 실재를 발견하는 것인데... 과연 우리 시대의 어떤 관념인지 잘 매칭이 안된다. 일종의 깨달음 같은 것일텐데... 깨달아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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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림자와 모닥불처럼 이미지는 개념의 다양한 변주이자 해석이다. 그것을 어찌 나쁘다 말할 수 있을까. 이미지와 개념 둘 중 하나 고르라는 질문,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는 질문은 그 자체로 어리석다. 개념이 없으면 이미지도 없고, 이미지가 없으면 개념도 죽는다. 소통이 안되는 개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기에 이도저도 모두 옳다. 아니 모두 있어야 비로소 의미다 있다. 그럼에도 이걸 자꾸 선택하려고만 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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