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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Aug 20. 2019

2019 디자인캠프 후기

새살이 솔솔, 2019년 디자인캠프가 잘 마무리 되었다. 출근 시간 때문에 수료식을 함께 못해 아쉽지만, 재기발랄한 결과물 발표시간을 보아서 즐거웠다. 3일만에 저걸 해내다니! 모두들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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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디자인캠프 경험이 다르겠지만, 내게 있어 디자인캠프의 백미는 다양한 사람들과 삶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어제도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아침에는 대학 후배의 일을 도와주실 박영하 선생님과 자리를 함께 했고, 오후에는 디자인캠프 멘토들과, 저녁에는 디자인캠프 참여자분들과, 밤에는 대화에 굶주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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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대구에서 온 분과 샌드위치를 뜯으며 교육과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이야기했다. 두분 모두 일찍이 타이포그래피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배울 기회가 마땅치 않아서 고전했다. 우리는 지방 교육과 필드의 현실을 개탄하고 공감했다. 나아가 우리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 보자며 의지를 불태웠다. 디자인학교가 지방에 없으란 법은 없다. 디자인학교의 모토는 "선생과 학생이 있는 곳이 학교"이다.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학생들만 있다면 그곳에 선생님이 가면 된다. 마치 왕진을 가듯. 그럼 그게 디자인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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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진로다. 모두가 좋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디자인 철학자 키스 도스트는 이를 '난제'라 부른다. 이 난제를 놓고 우리는 끝없는 대화를 이어갔다. 대화라기 보다는 자기 경험의 고백이었다. 어짜피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가치와 목적이 다르기에 누군가가 답을 주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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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이도 학교도 전공도 모두 달랐다. 같은 점이라곤 디자인을 좋아하고 디자인캠프에 함께 있다는 정도. 한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지는 않다는 의견을 내었고, 다른 한분은 디자이너로서의 고단한 삶을 토로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디자이너는 직업이 아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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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가 직업이 되려면 그 앞에 좀 더 구체적인 수식어가 붙어야해요. 수식어가 없는 상황에서 디자이너는 단지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일 뿐이죠.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이 직업이 아니듯,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디자이너도 직업은 아니예요..." 모두들 어리둥절 했지만 내 의견에 이견을 달지는 않았다. 그래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되고 말고가 아니라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디자이너가 되어버리는 거예요. 한국어를 사용하는 순간 한국사람처럼 보이듯이요. 그래서 디자이너는 피할 수도 없고 피할 필요도 없어요. 때문에 저는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은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시각언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로서 모인 거예요. 마치 외국어 아니 외계어를 사용하는 커뮤니티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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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에 있어서는 40대 중반까지 살아온 내 경험을 늘어놓았다. 말하는 중간중간 다소 꼰대 같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다들 집중하고 있기에 용기내어 말을 이어갔다. (지금 베트남에 있어 참여하지 못한) 이지원 선생이 있었다면 벌써 저지하고 "형 집에 가자" 했을텐데... 다행인듯 불행인듯 말이 술술나왔다. ㅠㅠ 사실 내가 이야기를 한 이유가 있다. 오전에 치통으로 고생하는 나에게 누군가 그 고통은 2주정도는 지속된다고 조언했다. 나는 이 조언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5일이 지나도 고통이 지속되어 걱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 아직 일주일이 더 남았구나" 생각하니 다소 걱정이 덜었다. 졸업을 앞둔 분들에게 내 경험을 공유한 것도 이런 기분이었다. 20년을 먼저 살아온 경험을 공유하면 고통이 지속되도 걱정은 좀 덜겠지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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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 어제 저녁은 덥지 않았다. 탈영역 우정국 2층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었다. 디자인캠프와 함께 올해 여름도 안녕이다. 내년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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