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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23. 2019

감시와 처벌

<감시와 처벌>은 미셸 푸코라는 유명한 철학자의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지 못했지만, 판옵티콘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의도는 대충 감이 온다. 판옵티콘은 원형감옥 가운데 있는 감시탑으로 제레미 벤담의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에서 비롯되었다. 감옥 사업은 비록 실패했지만 한사람이 여러사람을 동시에 감시할수 있다는 효율성 덕분에 판옵티콘은 그의 공리주의 개념을 전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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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는 새로운 관점으로 판옵티콘을 해석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판옵티콘의 효율성이 아닌 판옵티콘 감시 창문에 도배된 썬팅이었다. 푸코에 의하면 죄수들은 이 썬팅때문에 감시탑에 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하지만 처벌이 두려워 누가 있다고 가정하고 행동한다. 즉 감시를 내면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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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20세기 우리 사회가 일제강점기와 군부독재를 거치며 감옥 같은 사회였다는 생각이다. 몇번의 탈옥 기도는 실패했고 결국 감시는 내면화 되었다. 그렇게 권위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런데 허술했던 지난 정권 덕분에 드디어 탈옥에 성공했다. 촛불을 들고 평화롭게 탈옥한 자들은 여세를 몰아 감옥벽을 무너뜨렸다. 급기야 판옵티콘=감시탑을 무너뜨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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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옥의 벽이 국회와 청와대이고 그 탑이 검찰과 경찰이라는 권력기관이라고 본다. 그래서 현재의 흐름이 반갑다. 조국 덕분에 공고했던 386의 철옹성도 위협받는다. 몇년째 격한 감정 분출이 이어지는데 이는 사람들이 이제서야 감시의 내면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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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고그름의 이념 보다 앞서는건 좋고나쁨의 감정이다. 억눌렸던 감정을 분출해야만 진보-보수든 공정-불공정이든 냉정하게 옳고그름을 따져볼수 있다. 그래서 감정분출의 단계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점에서 나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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