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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09. 2019

근현대 한국사 수업

점심때 90년대생 후배와 공정과 평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강 요약하면 386에게 공정은 결과의 평등이라면 90년대생에게 공정은 기회의 평등을 의미한다는 이야기였다. 기회가 평등할 수 있을까? 결과가 평등할 수 있을까? X세대인 나는 다름을 추구하기에 모두 불가능한 이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노력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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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잠시 앤드류 양으로 옮겨갔다가 다시 한국의 세대간 갈등으로 돌아왔다. 90년대 생인 후배는 나의 이야기를 한참 듣더니 자신은 한국 근현대사가 잘 그려지지 않아서 이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아... 그렇지 하면서 문득 '한국 근현대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하지?' 하는 질문이 떠올랐고 '만약 내가 한국 근현대사를 가르친다면 어떻게 가르칠까?' 하는 생각을 오후내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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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근현대 한국사의 최대 사건인 6.25를 이해해야 한다. 그러려면 브루스 커밍스와 박명림의 한국전쟁의 기원을 대조하며 읽어야 한다. 두 책은 일제말기부터 한국전쟁 발발까지의 국내외 상황을 자세히 기록했다. 이때를 잘 알아야 한국의 현재를 이해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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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장준하의 <돌베게>와 윤치호의 <물 수 없다면 짓지도 마라>를 읽으며 일제 시대를 이해하고 3.1운동을 기점으로 전후의 상황을 살피면 좋다. 동시에 카의 <20년의 위기>를 읽으며 1-2차 세계대전의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별>을 통해 중국 공산당의 결기를 살피면 좋다. 모두 다시 한국전쟁이라는 바다로 흘러올 역사 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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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거슬러가 러일전쟁과 청일전쟁, 갑오경장, 동학 등 주요 사건과 대항해 시대부터 1850년까지 유럽의 발기를 이해해야 한다. 로버트 마르크스의 책이 유용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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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국전쟁 이후로 와, 4.19와 5.16, 한일협정과 유신헌법을 빠르게 훑어보고 12.12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자세히 살펴야 한다. 5.16이 산업화개발 세력을 낳았다면 5.18이 현재의 386을 낳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을, 삼김의 행보와 캐릭터를 재미 삼아 훑어본다. 서태지 음악을 들으며 평화와 문화의 90년대를 이해하고 HOT와 핑클을 들으며 2000년대 아이돌문화 출현을 가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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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절망의 IMF다. 이 사건은 5.18만큼이나 중요하다. 절망의 80년대생과 희망의 90년대생이 이 사건을 기준으로 갈린다. 나는 90년대 생이 386을 대체할 세대로 주목한다. 70-80년대생은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무대는 9.11과 2008년 금융위기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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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16년 탄핵과 2019년 서초동집회가 될듯 싶다. 나는 이 사건이 동학2.0으로 본다. 1.0버젼은 비참하게 끝났지만 2.0은 평화롭게 승리했다. 이 경험을 공유한 90년대생은 조국과 일본을 딛고 북한을 넘어 K-POP을 흥얼거리며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지역감정, 진보보수 프레임은 사라지고 공정함의 논란을 뒤로한채 친중-친미 프레임이 주요 화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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