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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21. 2019

대한민국의 혼란이 반갑다

나는 대한민국의 혼란이 반갑다. 이명박 시절 소고기 집회가 반가웠고, 박근혜 시절 탄핵집회가 반가웠다. 프랑스의 노랑조끼처럼 과격하지도, 홍콩의 복면처럼 익명성에 숨지 않으면서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단체 깃발을 휘두른다. 대학시절 '주의주의'와 '이데올로기' 데모에 엄청난 반감이 있었지만 촛불집회는 왠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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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시절 집회는 훨씬 다양해졌다. 형식은 물론이고 장소도 세대도 다양하다. 지난주에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군무를 곁들인 행진을 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결의가 느껴졌다. 존재감을 갖고 있었다. '육사'라고 써있는 깃발 디자인도 상당히 발전했다. 서초동, 여의도 집회는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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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가 다루는 문제와 의제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노동문제가 주요 의제였다. 하지만 무지개빛 집회와 혜화동 집회는 억압과 차별의 성문제를 다루고 정책, 탄핵, 사법, 검찰, 조국 등 정치의제도 구체적이다. 의제만이 아니라 내용과 형식에 있어 행사와 축제, 집회의 경계가 무너졌다. 융합와 창발로 거리가 다이내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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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혼란이 불편한 사람들이 있다. 집회가 성토하는 대상들은 물론이고 그 거리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불편하고 그냥 시끄럼 자체가 불편하다. 하지만 이것도 옛말이다. 이젠 불편함을 넘어 사회의제가 되고 구경거리가 되었다. 카오스는 코스모스의 어머니다. 혼란이 새로운 세상을 낳고 있다. 옛날에 집회자들을 때리고 잡아 넣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삭발도 하니 얼마나 좋은가. 경험을 공유하면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난 이 혼란이 반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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