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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Dec 30. 2019

감각에 따른 예술 분류와 디자인

최봉영 샘을 공부=깨익배(깨닫고, 익히고, 배이고)하면서 연구=묻따풀(묻고, 따지고, 풀고)를 거의 동시에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생된 자로서 늘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말 '스승'을 풀면 '스스로 깨닫는 자'이다. 그렇기에 선생=스승은 늘 공부와 연구를 가까이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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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는 간단한 원리를 깨달았다. 그 원리가 예술의 존재 방식이다. 우리가 하는 예술 활동이란 대부분 시간을 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의 감각은 시간적이기에 순식간에 스처간다. 그렇기에 예술가는 그 시간감각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감각으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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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각분류를 해야 한다. 불교와 과학에서는 우리의 감각을 5가지로 구분하는데 색(시각), 성(청각), 향(후각), 미(미각), 촉(촉각)이다.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법(공감각)이 해당된다. 이 감각별로 예술 장르를 구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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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적인 시각을 공간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예술이 회화와 사진이다. 청각을 바꾸는 예술은 글과 악보이다. 말은 글로 음악은 악보로 고정된다. 후각을 바꾸는 예술은 향수이다. 향기라는 특성상 뿌려지는 대상과 어울려 소비되지만 향수통에 담겨 있는한 늘 같은 향기다. 미각을 바꾸는 예술은 음식이다. 촉각을 바꾸는 예술은 조각이다. 공감각을 바꾸는 예술은 건축, 춤, 연극, 영화 등이다. 이 예술장르는 다양한 감각을 고려해 구성해야 한다. 어느 하나의 감각만 쫓으면 이상하게 되는데, 가령 시각적 효과만 부풀린 건축은 다른 감각들을 억압함으로서 좋은 건축이 되지 못한다. 나는 이를 '회화적 건축'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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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미술은 감각을 그대로 재현하는 예술이었다. 대상과 가장 흡사하게 표현된 형태가 중요해 소묘가 예술 기량의 중심이었다. 그래서 소묘를 중심으로 예술교육이 이루어졌다. 인상파로 넘어오면서 지각을 그대로 재현하는 예술로 바뀌었다. 인상=지각은 형태보다는 색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빨주노초파남보 혹은 RGB 등의 색채분류가 시작되었다. 지각을 표현하려면 색채감각과 분류가 중요했다. 인상파가 더 급진적으로 나아간 것이 표현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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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주의 예술은 생각을 재현하는 예술이었다. 생각은 일종의 개념이다. 그래서 예술에서 개념이 중요해졌다. 표현주의에서 형태와 색은 보이거나 지각적으로 재현된 대상보다는 본능 혹은 본질적인 개념을 추구하기에 소묘나 색채기량을 굳이 따지지 않게 되었다. 생각=상상 속에서 형태와 색채는 자유를 찾았지만 교육은 모호해졌다. 이젠 무엇을 기준으로 예술교육을 해야 하지? 어려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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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공감각예술+표현주의예술이 디자인이다. 20세기 중반 디자인이 등장했다. 디자인은 바우하우스의 표현주의자들에 의해 비롯되었다. 초기 바우하우스 교육을 책임진 이텐은 색상환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모흘리 나기는 프로토타입에 적합한 기하하적 형태를 기준으로 추가했다. 디자인은 산업과 자본과 어울리며 개념이 복합적으로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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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우리 시대 생활공간과 소통을 대표하는 독특한 개념어이다. 이 디자인 개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가 디자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발견하고, 행동하냐의 기준이 된다.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이것이 디자인 공부의 가장 중요한 화두지만 안타깝게도 잘 언급되지 않는다. 잘 모르니까. 사실 나도 잘 모른다. 더불어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할지 잘 모른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최인훈 선생의 말처럼 일단 가르칠 수 있는만큼 최대한 가르쳐야지.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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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무네요시는 <공예문화>에서 시간예술과 공간예술, 시공간예술로 구분한다. 나는 늘 이 구분이 모호했다. 글이 시간예술인가 공간예술인가? 말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시간예술이지만 책이라는 매체로 볼때는 공간예술이다. 야나기는 이 모호한 경계를 간과했다. 사실 모든 예술은 기록되어 공간화되기에 공유할 수 있다. 음악조차 악보가 있기에 공유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공간감각에 합치하는 예술분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고, 오늘 그 간단한 분류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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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기 무네요시 시절은 디자인 개념이 모호해 디자인을 공예라 불렀다. 그런데 이 공예는 디자인과 전혀 다르다. 이를 의식한 야나기는 책 중간즈음 '디자인=의장'이란 말을 살짝 언급한다. '의장가는 교양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하면서. 하지만 그의 공예 이론과 정신은 디자인이 배워야할 중요한 가치를 담고있다. 그래서 나는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늘 당부한다. "<공예문화>를 읽으세요. 두번세번 읽으세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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