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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an 05. 2020

신년토론회를 보고

어제 신년토론에서 흥미로웠던 장면이 몇개 있었는데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진중권에게 질문한 학생의 표정이었다. 답변이 못미더워 재차 질문을 하니까. 진중권이 영어로 된 용어를 섞어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때 순간 질문자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학생의 의도는 무언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표정이 이렇게 읽혔다. "잰 뭐야... 왜 저런말로 잘난척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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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년전만 해도 남들이 잘 모르는 전문용어를 나열해 지식을 자랑하면 그걸로 상대는 주눅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본인도 이해하지 못하는 (특히 외국어로 된)전문용어를 섞어 말하길 즐겼다. 때론 본인이 이해한 전문용어에 모든 현상을 끼워맞추어 본인의 지식을 우회적으로 자랑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존경하고 부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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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론장에서도 그런 용어들이 남발되었다. 내가 이 업계에 종사해서인지 영어표현이 익숙해서인지 나는 그 용어들이 이해되었는데, 왜 굳이 그런 용어를 쓰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인만큼 전문용어는 최대한 자제하고 쉽게 풀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진짜 전문가 아닌가? 아무튼 나는 질문자의 일그러진 표정을 보고 이제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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