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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Jan 05. 2020

"반갑다"의 뜻은 무엇일까

https://www.youtube.com/watch?v=blQPVTg6sdw&fbclid=IwAR3r9_Tyoj0_COtFROb24NZJuiVES73mpm9gwajsaNOWtIACSxJfKR_4STE


기약없는 시간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낮과 밤, 계절의 변화와 순환을 통해 새로 태어나는 의식을 합니다. 그래야 기약없는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거든요. 사실 새해는 동지입니다. 그때부터 낮의 길이가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거든요. 아마 크리스마스는 이런 이유로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크리스마스에는 예수님이 아니라 햇님 탄생을 기리는 날이죠. 동시에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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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은 늘 반갑습니다. 우리는 "반갑다" "반가워"라는 말을 통상적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뜻을 딱히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냥 "만나서 좋다" 정도로 생각하죠. 지금까지 그랬듯 이렇게 생각해도 무방하지만 그 본뜻을 알면 "반갑다"라는 말이 더욱 반가워집니다. 그럼 "반갑다"는 무슨 뜻일까요? 그러려면 애초에 '반갑다'라는 말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아야 합니다.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서는 어원을 쫓아야 합니다. 소쉬르 이전 언어학이 그래왔듯이요. 어원언어학의 문제는 무엇을 쫓는지를 모른채 그냥 거슬러 올라갔다는 점입니다. 어원을 쫓는 목적이 불분명했죠. 인지과학이 2세대를 지난 이제야 우리는 그 무엇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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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몸속에 새겨진 신경패턴입니다. 먼 옛날 몸에 새겨진 말이 지금의 우리 몸에도 새겨져 있기에 서로 소통가능한 것입니다. 신경패턴이 소리로 드러나는 행위가 말입니다. 그래서 어원을 쫓는다 함은 옛말을 찾는것만이 아니라 본래 우리 몸에 있는 신경패턴이 어떻게 소리로 형성되었는지도 찾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애초에 경험과 체험이 어떻게 소리와 말로 형성되었는지 살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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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상에서 최봉영 샘이 "반갑다"가 무엇인지 풀어줍니다. "반갑다"의 '반'은 '반반치킨' 할때 그 '반'입니다. '갑'은 얼마인지 알려주는 가치, 값을 말합니다. 그래서 '반갑'은 '반의 값'인 셈이죠. 그러니까 "반갑다"은 서로 반값이 만나서 완전한 하나의 값이 된 상황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후라이드를 먹을지, 양념을 먹을지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라이드반, 양념반이 함께 있으면 반갑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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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반가워"는 상대의 반값을 나의 반값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반하다"는 나의 반값이 그/그녀의 반값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둘 모두 반값들이 서로 어울리는 과정을 묘사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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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어원이란 단순히 옛말을 찾는 것이 아닙니다. 어원은 우리 몸과 말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것인지 찾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이 언어학을 "은유언어학" "진화언어학" "신경언어학"이라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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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는 언어의 사용성과 공시성을 강조했습니다. 물론 유익하고 유용한 접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언어학은 언어의 본래의미를 찾기 보다는 언어의 놀이(게임) 개념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우리 언어가 어떻게 몸에 새겨지는지를 그 과정을 분석한 훌륭한 통찰입니다. 그렇지만 이 통찰 때문에 소통이 더욱 어려워졌죠. 각자의 혹은 각분야의 언어놀이에 빠져버렸거든요. 보그체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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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언어학은 우리 몸의 공통분모 속 말들을 분석하고 해석함으로써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그 원인을 밝힙니다. 제가 최근 최봉영 샘을 덕질하는 이유는 선생님이 풀어주는 우리 말이 대부분 우리의 경험과 몸체험에 은유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걸 의식하는 순간 저는 우리 말을 완전히 다르게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외에도 수십년간 축척된 엄청난 통찰들이 부록으로 따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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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레이코프의 반값, 최봉영의 반값을 통해 이제야 온전한 언어 개념을 얻었습니다. 언어학의 숲에서 길을 잃고 헤메다가 하나의 빛을 찾은 기분이네요. 너무 반갑습니다. 올해는 이 반가움을 종종 소개하겠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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