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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05. 2017

자본주의교

현대 자본주의를 종교라고 생각하니, 중세의 가톨릭 시스템에 빗댄 현대 자본시스템이 보인다. 가령 재벌은 대주교가 있는 대성당이고 각종 계열사는 주교들 관할의 각종 성당이 되겠다. 물론 교황도 바티칸도 있을 것이다. 자본의 로마는 월스트리트요, 바티칸은 달러를 총괄하는 연방준비은행(FRB)일 터이다. 교황은 물론 이 은행의 의장이다. 이 거대자본 세력은 초국가적이라는 점에서 가톨릭(=보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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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수도원도 있다. 계열사로 무장한 거대 재벌에 포섭되지 않고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기관으로 대학이나 연구소, 군수 산업체, 공항이나 통신, 철도 등 소위 커맨딩 하이츠라는 세계나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기간산업 혹은 세력이다. 이들은 다소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국가의 주도 세력과 밀접하며, 경제의 독립변수이지만 재벌과도 긴밀하다. 즉 이들은 국가와 재벌의 메타세력이자 강력하게 상호작용하는 비호세력이다. 중세로 치면 일종의 사설 기사단이랄까... 그러나 블랙워터 같은 사설 경호 업체는 이들과 다르다. 그들은 과거의 용병과 유사하다. 이 용병들은 필요에 의해 구성된 상황일뿐 수도원 같은 제도는 아니다. 자본이라는 종교의 떡고물을 먹는 룸펜정도로 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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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하나는 길드다. 상인과 장인이 결탁해 기술을 보존하고 전승하는 길드. 자치권을 구입해 스스로 통제하는 자본의 길드는 무엇일까... 문득 광고회사와 홍보회사, 각종 컨설팅 업체 등이 떠올랐다. 이들은 대량생산된 물량을 어떻해든 사람들에게 관철시켜 판매해야 하는 특명을 가진다. 각종 이미지를 만들어 사람들을 소비자로 거듭나도록 돕는다. 중세의 많은 길드들이 성당을 짓고, 성스런 이미지와 우상을 창조했듯이 이들도 비슷한 행위를 한다. 보드리야르가 발견한 원본없는 모방, 시뮬라크르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과잉을 과소로 둔갑시키기 위한 어쩔수 없는 장치다. 다르게 보이는 것은 단지 종교의 형식이 바뀐탓에 오는 착시랄까. 옛날에게는 길드 자신들이 생산하고 판매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는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일치시켜 자신들이 만든 물건을 자신들이 사도록 만들면 되니까. 이게 훨씬 효율적이다. 자본의 교리에도 맞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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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자본 종교를 지탱하는 수많은 제도와 형식들이 있을 것이다. 여행과 순례가 유사하고, 자본의 효율성이 각종 의례를 장악하는 등 자본은 확실히 우리시대의 아편같은 종교다. 진짜 리얼 종교가 아니라서 더욱 그런데... 이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닐까 싶다. 허허 웃으면서 속게 만드는, 아니 속임 그 자체를 수용하고 권장하도록 하는. 아... 하나 빼먹은게... 우리 시대의 성당은 장소가 아닌 미디어, 그러니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같은 매체다. 우리는 늘 이 미디어를 통해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를 위로하는 아이돌 스타가 바로 성인이다. 중세의 종교 홍보용 도상을 '이콘'이라 말했다. 스마트폰의 아이콘, 미디어의 아이돌... 뭔가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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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복잡하고 세상은 복합적이다. 그런데 한편으론 인간과 세상 모두 잘 변하지 않아 생각보다 단순하다. 복잡과 단순이 겹쳐보이는 복잡계 같은 느낌이랄까...참으로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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