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러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여경 Sep 05. 2017

북한

E.H.Carr 하면 많은 이들이 <역사란 무엇인가>를 떠올리지만 나는 그보다 <20년의 위기>를 추천한다. 여기서 20년이란 1차와 2차 세계대전 사이, 1918-1939의 전쟁 간극기이다. 이를 축약해 전간기라 말한다. 이 책은 이 전간기를 잘 분석해 냉혹한 국제현실에서 현대 국가란 무엇인지, 아니 무엇이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통찰을 준다. 

-

나는 요즘 북한의 행동을 보며 유독 이 책이 생각난다. 김정은은 확실히 현대 국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듯 싶다. 복지가 아니라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국가 말이다. 그의 도발은 유럽의 전간기적 위기 상황에서 맞는 전략이다. 그런데 그는 이 전략을 안정기-평화기에 사용한다. 나는 북한의 전략이 어느정도 먹히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대국 사이에 낀 최빈국, 게다가 악의 축으로 지명된 북한(악의 축이란 표현은 2차대전시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을 지칭하던 표현이었다. 즉 전쟁을 염두한 주적이라는 뜻이다), 그들의 사용할 외교적 전략은 그닥 많지 않다. 아니 구걸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중에 북한은 확실히 탁월한 외교력을 발휘하고 있다. 통념을 깨고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니까. 그 결과는 어떨까? 이는 역사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내 생애 안에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말 나온 김에 한마디만 더하면, 북한이 핵우산을 쓰고 있다는둥, 남한이 북한의 볼모가 되었다는둥의 표현이 간혹 눈에 띄는데... 이는 정확한 말이 아니다. 북한은 핵우산을 쓰고 있는게 아니라 핵우산 그 자체다. 미국은 북한도 자신들의 핵우산 안으로 오길 바라는데, 북한은 그 안으로 안들어가고 스스로 우산이 된 것이다. 그래서 다소 안정성이 떨어져보이는데 원래 핵이 그렇다. 

-

남한은 이미 미국이라는 핵우산을 쓰고 있다. 이미 미국의 볼모다. 북한과 미국이 공유하는 볼모라면 뭐 그렇다고 볼수도 있고... 그런데 우리만 아니라 일본, 유럽 등 몇몇 지역을 제외한 세계 곳곳이 이 우산을 쓰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전세계가 미국의 볼모다. 아무튼 우리는 핵우산을 두개나 쓴 셈이 된다. 이게 밖에서 보기에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데, 사람들의 일상을 보면 확실히 우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둔감하다. 우산이 두개라 더 안심하는 것일까... 핵무기는 전쟁 억제력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아예 허튼 소리를 아닐 것이다.

-

핵우산들과 그 아슬아슬함을 지켜보는 이들만 조마조마할 뿐이다. 정작 없으면 맘이 편하다. 노자의 말처럼 존재감이 없어야 한가하다.(유명무한)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실상 군사적으로 일본과 남한은 미국의 종속국이니만큼 그냥 속편하게 있으면된다. 소는 그들이 알아서 키울테니 우리가 딱히 할 것도 없다. 박근혜처럼 괜히 설레발만 치지 않아도 도와주는 셈이다. 

-

북한의 도발에 가장 짜증나는 국가는 아무래도 일본일듯 싶다. 20세기 가장 존재력을 드러냈던 국가였던만큼이나 그 열패감도 클 것이다. 일본의 속은 정말 부글부글할 것 같다. 때론 그들의 망측한 정한론을 이해할만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웃인걸... 감당하고 살아야지...


***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아무래도 동북아 스위스모델을 염두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적 강대국에 둘러싸인 스위스도 참 만만치 않았기에. 참고로 현재 한국은 덴마크, 네덜란드 모델을 추구한다. 둘은 참 다른데... 딱 떠오르는 생각은 스위스는 중농주의 전략, 네덜란드는 중상주의 전략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본주의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