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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학교 예비 4기를 만나며

by 윤여경

상상력이란 익숙한 패턴에서 벗어나는 힘이다. '익숙한 패턴'은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생각이 하나의 형식성을 획득한 상태다. 이 형식=패턴은 인과관계로 맞물려 구성되어 하나의 원, 피드백루프를 형성한다. 그래서 편견에 갇힌다는 말은 형식과 패턴에 갇힌다는 말이며, 인과관계의 사슬에 속박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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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와 같은 상태를 디자인으로 말하면, 디자인 되는 사람이다. 디자인 '되는' 사람이 디자인 '하는' 사람이 되려면 인과관계의 사슬을 끊어 형식적 패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패턴을 끊는 힘이 바로 '상상력'이다. 상상력으로 인과의 형식 패턴에서 벗어나면 창발성, 즉 새로운 일이 일어난다. 이를 좋게 말하면 혁신이라 하고 안좋게 말하면 파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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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관계가 필연이라면 창발은 우연이다. 우연은 통제할 수 없기에 사람들을 혼란에 빠트린다. 이때 혼란에 빠진 사람들은 주로 디자인 되는 사람들이며, 형식과 익숙한 패턴에 갇힌 사람들, 선입견과 편견에 갇힌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 역시 패턴을 깨는 상상력이다. 그래야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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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창발과 우연을 즐기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주로 디자인 하는 사람이다. 불교로 치면 니르바나(해탈)이고, 유교로 치면 학습이고, 기독교로 치면 회심이고 한국말로는 깨달음이다.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한데 그것을 표현하는 말이 다를 뿐이다. 나도 필연보다는 우연, 익숙한 패턴보단 창발을 추구하는 편이다. 요즘 나는 다소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를 묶고 있던 인과의 사슬 패턴을 끊고 새로운 사슬 패턴을 만들고 있다. 전반적으로 즐겁지만 때론 고통스럽고 불안하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디자이너의 삶이 본래 그러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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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디자인학교 4기 면접이 있었다. 면접자의 상당수가 자신의 현재적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이 엄청났다. 면접내내 디자인 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큰 위안을 얻었다.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왠지 디자인학교엔 주로 이런분들이 모이는 느낌이다.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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