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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아카데미아

by 윤여경

2014년 디자인학교는 온라인으로 시작되었다. 팟캐스트 디자인말하기를 하면서 많은 디자인전공 학생들이 배움에 목말라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보편적으로 좋은 교육을 제공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온라인 인강이 떠올랐다. 야심차게 온라인 디자인학교를 시작했는데 노력에 비해 성과가 빈약했다. 온라인 디자인학교를 운영하면서 얻은 교훈은 디자인 교육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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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오프라인 교육에 확신이 생겼을 2017년 무렵, 디자인 대학교실에 3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디자인 수업은 강의보다는 주로 대화로 진행되기에 30명은 너무 많다. 그래서 2019년 오프라인 과정인 디자인아카데미아(이하 디아) 시작할때 수업 인원을 20명으로 제한했고, 15명을 적정수준으로 권장했다. 그래서 수강생을 모집할때도 15명을 상한선으로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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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사람이 만나고 모이는 것에 두려움이 생겼다. 잘 알다시피 대학은 전면 온라인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디아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디아의 선생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온라인 강의에 익숙했고 유튜브 방송 경험도 풍부해 온라인 수업에 자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수업은 학교의 질을 현격히 무너뜨렸다. 진짜 문제는 수업을 하는 선생이 아니라 학교에 오는 학생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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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학교는 수업만이 아니라 같이 공부하는 친구를 만나러 오는 곳이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일하러 하는 것만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퇴근후에 삼삼오오 어울리듯, 학생들도 수업 전후로 삼삼오오 어울린다. 특히 디아의 경우 공부 커뮤니티를 유난히 강조해 왔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온라인 교육은 디아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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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학교의 진짜 의미가 바로 이 어울림에 있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급격히 태세 전환을 해, 전면 오프라인 교육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을 실행에 옮기려면 학생수가 적어야 한다. 그래서 20명 이하의 기준을 3단계에 준하는 10명 이하로 잡았다. 소규모의 학생을 더 밀접하게 케어하고 결속을 다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방구석디자인학교'라는 새로운 아이템을 실험해 보았다. 방구석디학은 기존 2014년 디학의 인강이 아니라 전면 생방이다. 역시나 반응이 좋았다. 새로운 온라인 교육 방향성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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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온라인 수업을 뉴노멀로 삼을 모양이다. 석사학위도 온라인 과정을 이수하면 딸수 있다고 한다. 디아는 소규모 오프라인 수업과 생방을 뉴노멀로 삼기로 했다. 디아의 모토는 "우리가 디자인하는 학교"이다. 수업과 학교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상황에 맞는 '적절성'이다. 그리고 적절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선택과 제한의 균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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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디아의 1-2기가 졸세를 마쳤다. 아래 사진은 철수를 마치고 서로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함께 있는 디아 학생들 모습이다. 디아 시즌1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디아 시즌2가 시작될 예정이다. 추석 이후 3-4기의 수업이 시작된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 우리의 선택과 제한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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