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문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사람'이라고 말한다. 지역 콘텐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 지역의 사람을 만나라고 말한다. 지역살리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그 지역과 연관된 '사람 살리기'라고 말한다. 나는 20세기 건축처럼 공간과 사람을 분리하는 태도를 아주 경계하며 사람이 곧 공간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사람이 없는 멋진 공간은 그냥 없는 공간이다. 반면 아무리 후진 공간이라도 멋진 사람이 그곳에 있으면 그 공간도 빛난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다. 사람은 말로서 생각하고 소통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지역문화콘텐츠는 바로 지역과 관련된 '사람의 말'이다. 문자는 사람의 말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사람의 말은 글로 기록되어 사람의 흔적을 남긴다. 말이 기록된 글이 있다는 것은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는 증거다.
글을 담는 그릇은 글꼴이다. 글꼴에 지역사람의 말의 특징이 반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자연스레 지역문화의 특징도 반영될테니까. 사람의 말은 각자 다르지만 소통되는 지역의 말은 어느정도 공공성이 있으니까. 마치 사투리처럼. 을지로체는 그런 글꼴이다. 을지로 사투리가 반영된 글꼴이다. 그래서 을지로체를 보면 을지로의 지역문화와 콘텐츠 그리고 사람의 말이 떠오른다.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을지로체에 이은 후속작 '을지로10년후체' 전시에 다녀왔다. 을지로체 전시는 을지로에서 했는데, 이번엔 광화문에서 한다. 약간 벗어난 장소성에서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이 전시에는 을지로 장인 33인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이 전시는 위에 나열한 지역에 대한 나의 태도가 잘 반영된 전시란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 배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