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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러 생각

'클럽하우스'의 의미

by 윤여경

월터 옹의 <구술문화와 문자문화>는 말에서 글로 전환된 인류문명을 다룬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제 인류의 문명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표음문자의 대두, 라디오, TV, 스마트폰과 유튜브의 등장은 우리 시대 소통방식이 글에서 말로 전환되고 있음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자가 아닌 그림, 시각언어의 새로운 가능성도 살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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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지난 몇년 동안 대화에 관심을 두었고, 최근에는 말(특히 한국말)의 근본적 바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러던 차 클럽하우스가 등장했다. 이 쇼셜미디어는 오로지 '말 소통'만 다룬다는 점에서 아주 흥미롭다. 더구나 클하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보면서 나는 본격적으로 말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몸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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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옹은 구술문화의 특징으로 증발성을 꼽는다. 글은 쓰는 순간 기록되지만 말은 하는 순간 증발된다. 이 점은 말의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장점은 각종 녹음기기와 영상 때문에 억압되어 왔다. 그래서 오로지 직접 만나는 대화나 전화통화 속에서만 말의 장점이 발휘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녹음 기능이 생기고 기록이 가능한 줌의 화상통화가 등장함으로서 더이상 대화조차 기록에서 자유롭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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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록의 감옥에 갇혀 있다. 클럽하우스는 이 기록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녹음 기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 흔한 채팅 기능도 없다. 오로지 소리, 말 소통만이 가능하다. 즉 말의 소외된 장점을 잘 살린 매체랄까.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은 자유롭게 말한다. 이 자유로운 대화가 클하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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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증거로 클하의 대화방에 흔한 '예의 바른 반말'을 꼽는다. 이 말소통 형식은 디학에서 이루어지는 '평어'이다. 물론 디학의 평어처럼 섬세하게 디자인된 형식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예의 바른 반말'은 예능프로 <아는형님>처럼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말 형식이 되었다. 이 현상은 언어의 중요성을 아는 대부분의 인문학자들이 반말을 거부하고 '상호 존댓말'을 주장하는 현상과 대비되어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시대 많은 지식인들이 과거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는만큼 미래와 크게 단절되어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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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나로선 이 매체가 반갑다. 앞으로 이 매체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그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당분간은 노력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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