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여경 Sep 26. 2017

디자인은 첫인상이다

본래 기술은 엔지니어링과 예술을 포괄한 표현이었다. 근대의 언젠가부터 기술과 예술은 분리되었는데, 20세기부터 기술은 엔지니어링이라 불리게 되었고, 21세기 들어와 IT로 바꿔 부른다. 예술도 여러가지 갈래로 나눠졌는데, 기계를 부정하고 장인정신의 전통을 이어간 사람들은 공예로, 원리주의는 파인아트로 전향했다. 그 외에는 모두 디자인이란 신종 분야로 이동한다.

-

20세기초까지는 최근 몇백년간 그래왔듯이 기술=엔지니어링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단순히 엔지니어링만으로 생산을 해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판매를 위한 시장경쟁이 과열되면서 효율과 차별화에 대한 요구가 늘어났다. 그래서 마케팅과 디자인이 등장했다. 

-

디자인은 산업적 배경과 시장의 요구로 등장한 독특한 기술분야다. 디자인은 엔지니어링을 통채로 덮어버렸는데 이를 스타일링이라 불렀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로위와 게데스는 모든 것을 유선형 스타일로 덮어 찬사를 받았다. 뭔가 스피드함을 느끼게 하는 유선형은 심지어 연필깍기에도 적용되었다. 마케팅도 각종 기법을 개발하였는데 이는 경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형성시켰다. 예술이 디자인을 낳았다면, 시장경제는 경영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

경영자(기업)와 소비자(시장)가 있고, 상품(제품)과 노동자가 있다. 경영자와 상품의 관계가 엔지니어링의 기술혁신으로 연결된다면, 제품과 소비자의 관계에 마케팅과 디자인으로 연결된다. 노동자들은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마케팅을 구현하는 사람들이다. 사람들, 아니 소비자들은 엔지니어링을 통해 상품을 만나지 않는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통해 만난다. 즉 마케터는 중매쟁이요, 디자인은 만날 대상이 된다. 만나고 나서야 사람들, 아니 소비자들은 조건(스팩)을 따지게 된다. 

-

디자인은 첫인상이다. 첫인상에서 실패하면 다른 무언가로 보상해야 한다. 그것이 엔지니어링이다. 소비시대의 순서가 이렇다. 생산시대라면 물론 반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생산시대에도 디자인은 중요하다. 형식이 고정된 상태라 혁신적인 새로운 디자인보다 고전적 형식이 유리할 뿐이다. 즉 생산-소비 시대 모두 사람들은 언제나 디자인과 첫 대면을 한다. 

-

하지만 중매쟁이 마케터가 없으면 소비자와 디자인은 만나기 어렵다. 마케터는 서로의 조건을 미리 파악하고, 조율하고, 분위기를 조성해서 둘의 만남을 성사시킴으로서 만족을 얻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족'이다. '돈'이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여현준의 <일잘 팀장의 경영부터 배운다>에서는 마케팅은 영업이 아니라고 부단히 강조한다. '돈'은 시장의 '만족'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산물일뿐 본질이 아니다. 

-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 아니 소비자들은 엔지니어링이 아닌 디자인으로 만납니다. 그런데 왜 여러분은 엔지니어링만 배우고 디자인을 배우지 않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소통형식과 종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