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사람, 바탕치기

by 윤여경

오전에 최봉영 샘이 한국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 유형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한국말로는 '미운사람' '싫은사람' '더러운사람'이 있다. 더러운 사람은 일관되지 못한 사람인다. 가령 깡패라고 하더라도 "저 사람은 원래 저래"라고 생각하면 싫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이 배신한다거나 일관되지 않은 행동을 하면 극도로 싫어하게 된다. 그래서 한국사람은 더러운 사람을 제일 싫어한다. 대강 이런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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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말로 싫어하는 사람 유형에 대해 나름대로 바탕치기를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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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사람 : 미에서 'ㅁ'은 밖쪽에서 내쪽으로는 느낌이다. '마'가 되면 내 안으로 들어오는데 '미'는 내 바로 앞까지 온다. 그래서 '밀다'는 바로 코 앞에서 하는 행위이다. 이런 말의 느낌상 '밉다' '미운'은 상대방이 나를 밀고 있는 느낌이다. 즉 '미운사람'은 나를 밀어내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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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사람 : 본래 싫다와 슬프다는 '슬하다'라는 바탕을 공유한다. 한국말에서 '슬'은 무언가를 늘어놓는 느낌이다. 그래서 '슬기롭다'는 앎을 늘어놓은 것이다. 알을 늘어놓으면 알들 사이가 벌어진다. 이 벌어짐이 커지면 슬퍼진다. 즉 슬픔은 물리적으로 멀어진 것이다. 반면 싫음은 물리적으론 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이 멀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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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사람 : 한국말에서 자기 자신을 지칭할때 '나'라고 말한다. '나'는 어디서 나온 사람이란 말이다. 그리고 '분'은 나누어진 상태다. 나는 '나쁜'은 '나뿐'이 아닐까 싶다. 이때 '쁜(뿐)'은 '분'이 강조된 발음이고. 그래서 '나쁜사람'은 오로지 나의 부분만을 강조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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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더러운사람'의 경우 쓰임뜻은 들었지만 짜임뜻과 바탕뜻은 아직 더 생각해 봐야 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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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생각이 여기에 이르니 문득 '바탕치기' 수업을 진행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에게 궁금한 한국말을 하나씩 가져오게 하고 그 말을 뜯어보는 수업이다. 실수로 한자어나 영어를 가져오면 그걸 다시 한국말로 바꿔서 하면 되고. 재밌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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