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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학은 토론 중

by 윤여경

기독교의 원형도식은 '삼위일체'이다. 이 도식을 논의한 때가 서로마 말기 1차 니케아 공의회였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님의 신성과 인성을 놓고 몇개의 학파가 부딪친다. 예수의 신성을 주장하는 아타나시우르파, 예수의 인성을 강조한 아리우스파, 처음엔 아타나시우스와 함께 신성을 강조하다가 인성도 함께한다고 주장해 의견이 갈라진 네스토리우스파이다. 결국 논쟁은 좁혀지지 않았다. 아타나시우스는 남고, 아리우스와 네스토리우스는 각각 서방과 동방으로 거점을 옮겼다. 삼국시대 고구려와 신라에 기독교 흔적이 남아 있는데 이는 네스토리우스파의 흔적이다. 당시 이 종교를 '경교'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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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디학 선생님들이 모여 시각언어 도식을 만들고 있다. 처음에는 삼위일체 도식처럼 생긴 스콧 맥클라우드의 도식을 놓고 각자의 해석이 달라 크게 부딪쳤다. 두번째는 해석이 다른 원인을 찾았다. 도식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도식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세번째는 새롭게 제안된 도식을 놓고 토론했다. 세번 모두 다소 격렬한 논쟁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론 무척 생산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 이 새로운 도식이 우리 모두의 승인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처음의 도식보단 진일보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또한 서로의 언어에 조금씩 익숙해졌다는 것도 큰 성과다. 개인적으론 모형보다 각자의 언어들이 많은 인사이트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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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은 이정도 되면 적당히 타협하고 결론을 낸다. 나는 새로운 모형을 갖고 수업에서 각자의 길을 갈 것을 제안했는데 기각되었다. 계속 함께 나아가길 원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이번엔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분명 우리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이 있을 것이란 믿음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엔 앞서 말한 니케아 공의회의 결말로 이어지진 않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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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린 더이상 갈곳도 없다. 우리에겐 바로 여기가 로도스이다. 어쨌든 여기서 찾아야 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만들어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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