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근본적인 차이는 '선'과 '점'이라는 생각을 한다. 고전미술이 선에서 비롯된다면, 현대미술은 점에서 비롯된다. 그 중간에는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검은 사각형(혹은 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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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을 사회로 확대해보자. 과거 사회가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선'의 사회였다면, 현대 사회는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점'의 사회다. 그 중간에는 칸트가 있다. 칸트는 '자유'의 재발견으로 '개인주의' 사회가 들어설 바탕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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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봉영 샘은 사람을 대사, 감각, 지각, 생각으로 구분한다. 대사와 감각은 몸의 활동이고, 지각과 생각은 마음의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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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존재를 안과 밖으로 구분하고 안과 밖의 상호성 관계로서 사람을 분석한다. 이 분석에 최봉영 샘의 구분을 도입해보자. 이때 지각은 감각과 생각 사이 묘한 위치에 있다. 감각은 밖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고, 생각은 밖의 정보를 능동적으로 선별한다. 지각은 감각의 수동적 정보를 가져와 기억정보에 적용해 능동적으로 재구성된 다음 생각을 위한 바탕정보로 활용된다. 즉 지각에는 수동적인 감각과 능동적인 생각이 모두 담겨 있다. 나아가 지각은 무의식과 의식, 몸과 마음에 모두 걸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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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와 감각 그리고 생각은 안과 밖이 서로 상호작용하기에 '선'의 모양을 띈다. 반면 지각은 감각과 생각이 만나는 접점이기에 근본적으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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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문득 우리가 말하는 '근현대'를 기하학적으로 설명한다면 이 지각점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각점의 재발견이 현대 미술과 현대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나아가 사람에게 있어 이 지각점만이 유일하고 완전한 자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아무래도 감각과 생각은 밖(경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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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티는 이 지각을 현상학적으로 재발견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