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결국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수십년 뒤 결과적으로 시간은 중국편이라는 말이 맞을지는 지금 우리가 알 수 없다. 중국은 분명히 발전과 혁신 잠재력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지만, 30년 뒤의 중국이 지금 공산당이 지키려 하는 그 중국인지 아니면 많이 변화하지 않으면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중국이 될 것인지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성장만이 변수인 게 아니라 중국이 그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느냐도 승부 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 같은 세계 경제 이슈가 어떻게 작동할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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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래에 대해 아주 잘 분석한 인터뷰이다. 읽는내내 중국에 대한 통찰이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국의 입장에 대해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사실 꽤 오랫동안 국제정치 관련 독서를 즐겼던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묻고 따지고 풀어왔지만 왠지 부질없다 싶어 애써 외면해왔다. 오랜만에 좋은 글을 만나니 한마디 보태지 않을수 없어 의견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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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앞으로 30년 동안 서양이 지금과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30년뒤 중국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만큼이나 30년뒤 서양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변수로 치자면 중국보다 미국과 유럽이 훨씬 많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중국은 지금의 정부가 유지되겠지만, 서양은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전혀 깜깜하니까. 때문에 단기적으론 이 글이 주장하는 입장이 맞지만, 장기적으론 완전히 다른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배신'이라는 변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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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한국과 같은 특수한 입장에 놓여 있으면 서양의 변수를 잘 생각해야 한다. G10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는 입장은 백퍼 동의하지만 그 입장이 미국과 유럽의 입장과 같아야 한다는 뉘앙스는 동의하지 않는다. 같은 입장을 유지하더라고 앞서기 보다는 뒷서는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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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흐름을 보면 하나의 체제구조가 250년을 넘기지 못했다. 길게가야 300년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200년 가까이 현 체제를 유지해 왔다. 내 생각에 앞으로 50년 안에 미국과 유럽은 엄청나게 변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국가의 꼴을 갖춘지 이제 70년 정도밖에 안되었다. 50년 뒤에도 현재의 공산당이 지배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때문에 우리는 중국의 분열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유럽의 분열을 걱정해야 한다. 당분간은 미국과 유럽이 공통의 적인 중국을 놓고 뭉치겠지만, 어떤 변수가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 트럼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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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글은 마치 18~19세기 유럽인들이 원팀이 되어 이슬람을 견제하는 생각을 하는듯 싶다. 하지만 20세기 두차례 세계대전은 유럽과 이슬람의 전쟁이라기 보다는 영국과 독일, 소련의 전쟁이었음을 잊어선 안된다. 앞서 미국도 격렬한 내전을 치렀다. 서양 역사를 보면 그리스 이후 유럽은 늘 격렬한 내전에 시달렸다. 때문에 나는 트럼프 이전에는 농담처럼 미국의 대분열을 얘기하곤 했는데, 트럼프를 경험하면서 이 농담이 현실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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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미래에 20세기는 전쟁의 시대였다고 기록될 것이다. 두차례 세계대전 이후 이슬람과 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유럽 내전의 연장이었다. 냉전시대 강대국간의 남은 감정을 털어내기 위해 대리전을 치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었다. 그리고 대리전은 직접적인 부딪침보다 훨씬 잔혹했다.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케리퀴라 도시국가 사례가 그랬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대리전으로 케리퀴라 사람들 약 2/3가 죽고 사람들은 분열되고 땅은 초토화 된다. 한국전쟁이 그랬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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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는 "전쟁은 잔혹한 선생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선 안된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유럽은 늘 내전으로 시달렸다. 반면 중국문명에서 내전은 극히 드물었다. 이 교훈이 앞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할지 잘 생각해야 한다. 나는 이 땅이 다시는 강대국들의 대리전으로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가깝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는 것도 중요하다. 마치 기후변화를 대하듯 미중관계를 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남북관계와 한일관계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이 다시 전쟁터가 되는 것은 확실히 막아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