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두개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몸의 세계와 마음의 세계. 분리된 두 세계를 연결해주는 것은 머리이다. 그리고 이 머리는 '말'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말에는 두개의 세계가 반영되어 있다. 마음의 세계를 반영한 말은 '명사(몸통말)'이고, 몸의 세계를 반영한 말은 '동사(지님말)'이다. 사람은 말은 보통 '명사+동사'로 이루어지기에 사람은 말을 함으로써 마음과 몸의 두 세계를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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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전까지 사람들은 마음의 세계 속에서 살아왔다. 근대 이후 사람들은 몸의 세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몸의 감각과 무의식적인 지각의 중요성을 깨달음으로서 사람들은 마음의 생각과 의식적 욕망을 다시 돌아볼 수 있었다. 몸의 세계를 재발견한 덕분에 마음의 세계에 대한 많은 오해가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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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두 세계를 인식한 사람들은 '언어(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시작한다. 그래서 언어를 집중적으로 묻고 따지고 풀었다. 치열하게 노력한 덕분에 언어에 대한 많은 비밀이 풀렸고, 언어학의 패러다임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마음 세계의 말 안에서 논리 구조를 찾다가 요즘은 몸의 신경망과 말의 관계가 밝혀지고 있다. 변화가 너무 빨라 따라가기 버겁다. 이해하고 나며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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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머리, 말의 패러다임 변화에 미술과 디자인이 가장 예민하다. 이 분야는 늘 가장 먼저 변화를 직감하고 움직인다. 문제는 그 변화를 너무 대충 이해하고 퉁친다는 점이다.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그 변화의 맥락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처음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며 무모하게 덤볐는데... 요즘은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