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학에서 디자인철학을 맡고 계신 이성민 샘이 언어와 디자인에 있어 '은유'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에게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순간이 너무 인상적이라 지금도 그 상황과 장면을 거의 정확하게 기억한다. 심지어 바람의 느낌이나 선생님의 표정까지도. 나는 선생님이 소개해준 저자들의 책들을 읽으면서 '은유'가 언어의 핵심이며, 시각언어인 미술과 디자인에 있어서도 '은유'가 핵심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후 최봉영 샘을 만나면서 한국말을 기반으로 은유언어학과 인지언어학을 파기 시작했고 덕분에 나는 시각언어 이론 구성에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20여년전 디자인에 입문할때 디자인분야에 '메타'라는 말과 '메타포'라는 말이 유령처럼 떠돌아 다녔다. 한동안 나는 이 두 말을 헷갈렸고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는 한국에서 이 두 말을 다루는 글과 책들이 모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무튼 돌이켜보면 디자인 분야는 일찍이 '메타'와 '메타포'의 중요성을 인지했지만 그 이해는 아주 미약했던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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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철학과 종교, 과학을 공부하면서 '메타' 개념을 서서히 깨닫게 되었고, '메타포=은유' 개념은 조지 레이코프의 <몸의 철학>을 정독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메타'와 '메타포'는 모두 '언어'의 문제다. 사람은 경험에 기반해 언어를 생성하고, 언어로서 자신과 사회를 메타적으로 인지한다. 인류 최초의 메타버스는 아마 '언어'였을 것이다. 사람의 언어는 다른 언어로 은유됨으로서 소통된다. 즉 은유(=여김)는 언어의 생성과 소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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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책은 '메타포=은유'에 대한 탁월한 저서다. 이성민 샘은 디학 학생들과 '은유'와 '언어'를 함께 공부하기 위해 소모임을 꾸렸고 그 결실이 바로 아래 <은유수업>이다. 나는 처음 소규모로 인쇄된 책을 접하고 당장 정식으로 출판할 것을 권유했다. '은유'와 '언어'의 관계 나아가 글쓰기와 디자인에 '은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이토록 잘 설명한 책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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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독립출판사인 '텍스트프레스'에서 이 책을 정식으로 출판했다. 불과 3년밖에 안된 디학에서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 게다가 '텍스트프레스' 정동규 대표도 저자들과 함께 공부한 디학 출신이다. 나는 이 책이 디자이너들에게 글쓰기와 디자인하기에 있어 아주 훌륭한 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책으로 수업 하나를 설계할 수 있다. 디자인글쓰기 수업이나 시각언어실습 수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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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가의 전유물이었던 ‘은유’를
일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도구로 끌어오는 책
문학가의 독점적 기량으로 여겨지던 ‘은유’는 인지언어학의 발전에 힘입어 모두의 일상적 능력으로 재평가 되었지만, 은유를 다루는 서적들은 아직까지 이론에만 치중되어 있어 실천적, 일상적 영역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것으로 남아 있습니다.
철학자 이성민의 은유 이론 수업, 그와 다섯 디자이너 작가의 은유 실습 에세이를 담은 『은유 수업』은 이론의 세계에 머무르는 은유를 현실로 생생하게 가져와 독자들이 은유로 세상을 풍부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끕니다.
『은유 수업』(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 03)
주제어 : 은유, 에세이, 글쓰기, 자기계발
이성민 외 5명 씀
105mm*188mm
164page, 14,000원
구매 링크 :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9706482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삶의 유용한 지침으로 바꾸는 은유 수업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은유를 사용한다. 은유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은유는 단지 말을 꾸미는 것을 넘어 우리의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인생이 여행이라면 다음 목적지가 늘 궁금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금이라면 한시라도 허투루 쓸 수 없으며, 회사가 전쟁터라면 퇴근 후 집에 무사귀환하는 일은 축복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모든 개념이 은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주제로 삼은 다섯 가지 개념, 인사, 눈치, 비밀, 약속, 위로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은유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눈치를 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비밀을 다루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은유 글쓰기를 통해 그러한 개념에 은유를 장착한다. 한 저자는 말한다. 인사는 멀티탭이라고.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사람을 “감사합니다” 한 마디로 평온하게 만드는 것이 인사라고. 또 다른 저자는 말한다. 비밀은 핑퐁이라고. 너무 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비밀이라고. 이러한 은유는 인사와 비밀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줄 뿐만 아니라 멀티탭과 핑퐁 같은 평범한 일상을 다시 보게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삶의 유용한 지침으로 바꾸는 방법, 소소한 선택의 기로에서 해답을 찾아 헤매지 않고 내 안에서 나침반을 꺼내는 방법을 이 책 『은유 수업』과 여섯 명의 저자는 말하고 있다. 더없이 불안한 요즘 같은 때에 흔들리지 않는 기준과 관점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말하는 은유와 은유 글쓰기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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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의 책 소개
『은유 수업』은 철학자의 은유 수업과 은유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챕터 1. 은유 수업]은 일상의 여러 단편 예시를 통해 난해할 수 있는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편집되었으며, 간단한 연습문제를 풀면서 독자들이 몸소 체득 가능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또한, 각자의 내밀한 경험에서 길어올린 [챕터 2. 은유 실습]의 에세이들은 이론의 풍부한 적용 사례가 되어 독자들을 자연스레 은유가 반짝이는 세상으로 끌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