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새로운 학교를 기획하는 분을 만났다. 그분은 디학의 운영이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기에 여러 질문을 던졌다. 가장 인상적인 질문은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냐'였다. 디학의 운영진은 공부에 가장 중요한 소양으로 '의지'를 꼽는다. 이 생각은 디학의 학생과 선생들 모두가 동감하고 있다. 그래서 디학의 입학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소개서'이다. 보통 자기소개서에 공부할 의지가 드러난다. 그 외 이력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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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포폴)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디학의 입학전형에 포폴은 없다.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 즉 디자인을 몰라서 배우려 온 사람에게 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그렇다고 디학에 초보자만 오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을 20년 했어도 디자인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디학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다. 디자인을 처음 배우는 사람, 국내 혹은 해외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 수년 혹은 십여년 디자인을 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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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학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이력과 연령대가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은 단 하나다. 공부할 의지. 나는 이스라엘의 사례를 들며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에 간다. 2~3년(혹은 10년) 군생활을 마치면 약 1년 정도 인생을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이를 갭이어 기간이라 말한다. 이 기간에 여행도 다니고 여러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 이를 본딴 교육 과정이 바로 '갭이어학교'이다. 갭이어 과정을 마치고 20대 중반즈음 비로소 대학에 진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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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대학의 여러 문제점 중 하나가 대학에 들어가는 나이라는 생각이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온힘을 다해 10여년을 달려온 젊은 친구들에게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당연히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틈이 없다. 하나 더 꼽으면 너무 비슷한 연령대이다. 대학에는 20대초반의 학생과 50대중후반의 선생만 있다. 실제 학생들이 만날 사회의 주역인 30~40대 학생과 선생은 별로 없다.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어울리지 못하니 당연히 세대간 장벽이 생긴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