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학의 철학교사 이성민 샘이 번역한 <디자인의 철학>(글랜 파슨스)의 에필로그다. 아래 줄을 친 부분 '상이한 영역들 사이의 연결'은 모더니즘의 특징인 동시에 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이다. 아니 모든 창작활동에 가장 큰 특징이다. 언어학에선 이를 '은유'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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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난 디자인씽킹은 지각심리학에 의한 디자인방법론이 아니라 생각심리학에 의한 디자인인문학에 가깝다고 말했다. 보통 인문학은 '문학, 역사, 철학'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 책은 디자인씽킹을 이해하기 위한 디자인인문학 책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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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책이 모더니즘 디자인을 이해함에 있어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라고 본다. 디자인을 생각하고 이해함에 있어 아주 중요한 책인데... 이 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인'이다. 조판이 너무 엉망이라 뭐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본문에서 '디자인'과 '디자이너' 단어를 볼드로 강조한 것은 너무 최악이다. 읽는 내내 독서 흐름을 방해해서 돌아버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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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떻게 시작될까? 난 디자인씽킹 강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누군가 디자인에 문제를 제기하면 디자인은 시작된다"고. 한국에는 수많은 디자인문제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불만과 불편을 그냥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누군가 못참고 소리를 지르면 그때 비로소 그 문제가 드러나게 되고, 그 문제는 디자인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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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또 다른 문제는 디자인 문제가 제기되면 그것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자꾸 감추고 퉁쳐버리려 한다. 어떤 핑계를 대서든 그 문제에서 빠져나가려고 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먼저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갈등을 인내하며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해결책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단 한발이라도 딛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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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를 하나 하자면, 아무리 맛난 음식도 안좋은 그릇에 담기면 맛이 없어 보인다. 도서출판b는 애정하는 출판사다. 이 출판사의 책은 내용이 좋다. 난 이 출판사 덕분에 고진의 전집을 읽을 수 있었고 상이한 수많은 생각들을 연결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출판사의 디자인은 늘 아쉬웠다. 이번 기회, 출판사 대표님께 부탁드린다. 이 책이 말하듯 전문성과 분업의 상이한 연결을 인정하신다면 책디자인만큼은 북디자이너에게 외주를 주시거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타이포그래피를 배워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