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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06. 2017

신문의 미래

http://hankookilbo.com/v/8332eb7a9538488da8660923e5e75328


신문 업계 종사자로서 문제 제기의 관점은 공감하는데, 뒷부분에 가서 입맛을 다시게 하는 칼럼이다. 세계 유수의 언론들조차 해결방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소설가에게 기발한 해결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수도. 아무튼 변죽만으로도 고맙고, 읽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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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옛날에 신문을 읽으면 '똑똑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래서 신문을 의무적으로 읽고, 똑똑함을 과시하곤 했다. 스마트 시대에 들어와 과거 신문이 주는 똑똑함은 필요 없어졌다. 신문은 스마트하지 않다. 신문의 혁신은 여기에 포인트가 있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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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무척 스마트하다. 요즘 신문 좀 읽나보네?" 독자에게 이런 말을 끌어낼 방법은 무엇일까? 똑똑함과 스마트의 경계와 차이는 무엇일까? 그렇다며 신문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여러가지 상념이 떠오르지만 스마트한 해법은 여전히 안개가 뿌옇다. 확실한 것은 안개 뒤에는 수많은 함정과 절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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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록 하잖은 디자이너지만, 디자이너이기에 신문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애정어린 사람이 "신문이 끝났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끝나라"는 저주가 아닌 "이제 어떻하지?"란 의미다. 난 신문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신문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문자매체라는 점이다. 문자는 지난 5000년동안 인간의 삶을 기록했다. 쉽사리 사라질리 없다. 또한 정보과잉 시대에 여러사람이 협업해 신중하게 편집된 신문은 충분히 가치있는 매체이다. 이것 말고도 편집방식, 독특한 종이의 크기와 질감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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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사의 디지털 전환을 찬성하지만, 신문사의 본질은 여전히 신문이라고 생각한다. 디지털 전환만큼이나 신문의 환골탈퇴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신문사는 디지털로의 전환만큼이나 신문을 혁신하려고 노력 하고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지난 10여년 개편에 참여했다. 이제 개편은 의미없다고 본다. 스스로 다짐하기 위해 천박하게 표현하면 전면적으로 뒤집어엎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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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뒤집어 엎을 것은 '뉴스=사실' 전달이라는 관념이다. 이는 신화처럼 여겨진다. 최근 뉴욕타임즈가 백년전 오타를 수정했다고 운운하며... 좀 웃기는 일이다. 지난 백년간 뉴욕타임즈의 오보가 오타수정으로 그칠 정도일까? 가슴에 손을 얹고 뉴스가 과연 사실이었던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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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뉴스는 사실에 기초해야 한다. 역사도 그렇다. 소설도 그렇다. 심지어 신화도 어느정도 그렇다. 그러나 누군가 발견하고 기록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희석되기 마련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이다. 어쨌든 기록되면 모두 사실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사실이 되고자 한다'와 '사실이다'는 작지만 큰 차이다. 이 작은 차이에 뉴스의 본질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신문의 본질이 있을 수 있다. 전면적으로 뒤집을만한 어떤 단초가 여기에 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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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추리는 여기까지다. 나 또한 변죽만 잔뜩 울린듯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 생각을 공유하고, 리스크를 감수하고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며 스마트한 신문을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독백을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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