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디자인은 뭘까

by 윤여경

한국적 디자인이 뭘까? 이때 등장하는 이미지 모티브는 대부분 기와집, 한복, 한식, 오방색, 자연환경 등에서 가져온다. 여기서 자연환경을 제외한 한복과 오방색 등은 한국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조선시대적인 것인데... 왜 이런 이미지가 한국을 대표하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차라리 지금의 명동거리, 골목길, 떡볶기 등 길거리 음식과 패션이 오히려 한국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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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영상을 보다가 문득 왜 조선시대 이미지가 한국을 대표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현대 문명의 의식주 이미지 구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불과 100년전만 해도 인류 문명의 의식주는 여러가지 이미지로 구별되어 있었다. 이미지만 봐도 딱 알 수 있는 그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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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난 100년동안 그 구별이 사라져 버렸다. 지금은 전세계인이 거의 비슷한 유형의 의식주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이미지로는 구별된 모습을 보여주기 어렵다. 100년전 사라진 옛것을 불러와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때문에 19세기 과거의 이미지가 21세기 현재를 구별하는 이상한 과거 집착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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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점은 사람들은 구별된 이미지는 열심히 찾으면서, 우리 시대는 왜 모두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서양 문명이 폭력적으로 강요했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18세기 서양의 의식주와 21세기 서양의 의식주는 전혀 다르다. 그들도 한국 등 여타 다른 문명과 마찬가지로 과거와 단절하고 현재의 이미지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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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우연히 툰트라 지역 생활을 소개하는 다큐를 봤는데, 그들의 의식주조차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큐에 나온 부모님의 걱정은 이렇다. "아이가 너무 태블릿에 빠져서 걱정이예요" 과연 극한의 기후에 살아가는 이들이 폭력적으로 자신들의 의식주을 바꾸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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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언제 어디서 어떻게 같아졌을까? 굳이 옛날 것을 꺼내서 스스로를 구별하고 역사적 차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왜 이런 문명과 문화를 순종적으로 수용했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고, 세계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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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것이 있어야 긴 것이 있고, 보편적인 것이 있어야 개별적인 것이 있듯이 세상의 일은 비교되는 양쪽을 알아야 어느 한쪽도 이해할 수 있다. 세계와 한국은 비교되는 양면성이다. 한국이 또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현재가 아닌 과거에서 찾는 것은 '세계적인 것'에 대한 질문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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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래의 멋진 영상에서 세계와 현재 대한민국이 아닌 세계와 과거 조선의 비교를 본다. 우리가 여전히 조선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가 아직 세계적인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https://youtu.be/pYzX7cqK_J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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