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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여러 생각

언어와 뇌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by 윤여경

요즘 언어와 뇌에 관련된 용어들로 머리가 아프다. 지금까지 읽었던 내용, 알고 있었던 지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책을 읽고 있기 때문이다. 그 책은 바로 리사 펠드먼 배럿의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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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뇌의 모듈화를 부정한다. 뇌는 연결적 존재이지 분업화된 모듈이 아니다. 가령 실어증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브로카 영역은 실어증과 크게 상관없다고 말한다. 또 전통적인 철학의 지지기반인 본질주의적 견해를 완전히 부정한다. 이런 주장들 때문에 기존에 알고 있던 나의 지식도 와르르 무너뜨려야 하는 상황이다. 배럿의 주장에 너무 일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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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요한 것은 '언어'이다. 기존 언어학은 언어가 내 밖에 있다고 말하고, 새로운 인지언어학은 언어가 내 안에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기존 언어학은 통사와 문법처럼 객관적 규칙을 중요시하고, 인지언어학은 말하는 사람의 주관적 이해와 해석 등 의미와 소통을 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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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개념'이다. 개념은 언어의 의미인데, 두 언어학 모두 언어의 개념성을 강조한다. 하나는 객관적 의미(사전적 의미)를 다른 하나는 주관적 의미(개인적 해석)을 강조한다. 어쨌든 둘 모두 언어와 개념을 같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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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배럿은 언어와 개념을 철저하게 분리한다. 언어는 사회적 소통 수단이다. 태어난 사람은 언어를 배우며 성장한다. 그래서 언어는 내 밖에도 안에도 있다. 개념은 경험에 의해 구성되는 맥락적 체험이다. 이 체험은 어떤 의미를 갖는데 이 의미가 바로 '개념'이다. 또 개념은 내 몸의 다양한 신경패턴을 형성하는데, 신경패턴은 경험적 맥락에 따라 다른 개념을 구성할 수 있다. 즉 같은 신경패턴이라도 위험한 상황에선 불안한 개념이, 즐거운 상황에선 기쁨의 개념으로 여겨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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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개념에는 언어가 없다. 느낌만 있을 뿐이다. 개념적 느낌은 곧 의미이다. 동물이 개념을 형성하는 이유는 움직이기 때문이다. 움직이려면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그래서 개념적 느낌이 있어야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움직이는 생명체는 이 개념적 느낌=의미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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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게는 특이하게 언어가 있다. 언어는 개인의 경험적 개념이 집단적으로 드러난 상태이다. 아마 처음에는 단순한 소리로 드러났을 것이다. 이 소리가 합쳐져 좀더 정교한 단어로 구성되고, 이 단어들이 합쳐져 문장으로 단락으로 쳅터로 나아갔을 것이다.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의미는 더욱 정교해진다. 이때 의미는 앞서 말한 개인적 느낌=의미와 다른 사회적 실재=의미이다. 그래서 앞선 두 언어학에서 언어의 안밖 논쟁이 있는듯 싶다. 즉 이런 논쟁의 생긴 이유는 개념때문이다. 언어와 개념을 같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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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강조하면 개념과 언어는 다르다. 언어는 개인적이며 사회적이다. 태어나서 배우는 소리조합형 언어는 개인적 성향이 높고, 전문적으로 배우는 단어조합형 언어는 사회적 성향이 높다. 어쨌든 언어는 소통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실재다. 즉 개인의 개념이 사회적 실재인 언어로 환원되어 생각되고 소통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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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용어는 '범주'다. 범주는 개념이 없이 성립되지 않는 용어다. 첫 경험은 어떤 개념적 느낌=의미를 형성한다. 그 다음 경험은 이 개념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때 개념의 영향을 받는 경험이 바로 범주다. 범주는 내 밖에 있다. 나는 감각을 통해 범주를 경험하고, 개념에 의한 지각적 구성을 통해 범주를 범주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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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주화된 지각은 다시 기존 개념에 영향을 주고 개념을 재구성한다. 이때 기존 개념이 강화될수도 있고 바뀔수도 있다. 새로운 개념이 분화될수도 있다. 나는 이 과정을 통틀어 '개념화'라고 명명했다. 이 개념화 과정이 바로 욕망이다. 그리고 이 욕망이 바로 미래를 예측하는 개념 느낌=의미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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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과 언어, 개념과 범주, 범주화와 개념화, 감각과 지각 그리고 생각-욕망을 구분라고 구별해서 그 관계를 설명했다. 이런 설명을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내가 이 용어들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고, 어떤 용어들은 심각한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씩 하나씩 바로 잡으며 읽어 가는데 참 어렵다. 그런데 재밌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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