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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20. 2017

신은 왜 누드일까

르네상스는 그리스의 재생이다. 그리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인본주의를 꼽는데 이는 반만 맞다. 고졸기(BC900-480)의 쿠로스가 아닌 고전기(BC480-338)의 그리스, 이 시대의 조각들은 대부분 신이나 영웅을 조각했다는 점에서 그들이 완전히 인본주의를 택했다고 보기 어렵다. 게다가 소크라테스도 가벼운 마음으로 죽임에 임했다 점에서 당시 그리스인들도 이집트인들처럼 영생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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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조각의 큰 특징중 하나가 '누드'다. 왜 누드로 표현했을까? 신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신은 누드일까? 이 질문에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그럼 신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하나요? 그리스인들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신은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하지만 근대 이전에 의복은 계급과 계층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었기에 옷을 입히는 순간, 그 신은 그 계급에 종속된다. 신이 어떤 계급에 종속된다고? 그럼 신이 아니니까... 당연히 옷을 입힐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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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누드의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 옷을 입지 않은 인간, 아니 신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논리 같은. 그러니까 옷을 벗음으로서 세속을 벗는다던가. 아니면 본질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순수하다던가... 하는 논리를 가져다 붙히면 된다. 하긴 이런 논리들 대부분 후대 호사가들의 해석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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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벗으면 본질이 드러난다는 말은 참으로 해괴망측하다. 문명에선 옷 자체가 인간의 본질아니었던가. 왕자가 거지와 옷을 바꿔 입는 순간 거지가 되었듯이. 더 이상한 논리는 인간의 몸이 왜 신인가? 언제부터 신은 인간의 모습을 했지? 그러고보니 그리스부터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카드의 왕, 사르곤 1세도 신과 함께 묘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신을 신으로 여겼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신은 인간의 모습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한 문명은 그리스 문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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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지중해 문명에서 신은 '반인반수'였다. 머리가 동물, 몸이 인간인 모습. 특이하게 머리가 인간, 몸이 동물인 경우도 있었다. 이집트의 스핑크스가 그렇고, 아시리아의 라마수가 그랬다. 대세는 역시 전자처럼 머리가 동물이었다. 고대 원시동굴은 대부분 몸이 동물이었고, 이집트의 신들 또한 그렇다. 그렇게 신의 몸은 인간이 되고, 머리가 인간이 되고, 어느새 신의 전체가 인간 모습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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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신의 모습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기독교 문명에서는 그리스 조각처럼 청년의 모습이었던 신은 '아기'의 모습이거나 수염을 달고 있는 원숙하고 현명한 '현자'의 모습이 된다. 하긴 그리스에서 제우스도 수염이 있었다. 물론 이 수염은 현명함보다는 힘과 엄격함을 상징했다. 더욱 특이한 점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옷주름이 치렁치렁 늘어진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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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이 옷은 당시 어떤 계급을 상징했을까... 아무도 입지 않았던 이도저도 아닌 옷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한다. 후일 수도자들이 비슷한 옷을 입기 시작한거 같은데... 신들의 옷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내려준 책을 아직 만나지 못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우리의 신은 완전히 인간이 되었다. 이게 근대의 기반이 된 르네상스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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