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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Oct 26. 2017

교육

요즘 드는 생각은, 오늘날 디자인 교육이 망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잘 못 가르쳐서'라는 방법론 보다, 교육 방향의 상실 그러니까 가르치는 이유와 목적의 상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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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서 말하면, "나는 왜 디자인을 가르쳐야 하는가" "나는 왜 디자인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대답은 커녕, 이렇다할 논리마져 없다. 그래서 한다는 말이 '취업'과 '성공' '돈' 같은 궁색한 변명 혹은 '소명' '소통' '창의'로 모호하게 말끝을 흐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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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적이 바뀐 흐름을 대략 짚어보면, 올바른 사람이 되라고 했던 전근대적 가르침은 근대에 들어와 뛰어난 사람이 되라는 가르침으로 바뀌었다. 처음엔 뛰어난 사람이란 고도의 언어구사 능력을 갖춘사람 즉 지식인이나 엘리트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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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정권의 권위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뛰어난 사람은 성공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고, 성공한 사람이란 권력을 갖은 사람으로 여겨졌다. 민주화가 되고, IMF를 지나면서 성공의 잣대는 권력에서 자본으로 넘어갔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권력은 일장춘몽일뿐 돈이야 말로 확고한 권력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성공한 사람은 '돈 많은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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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직업을 가져야했다. 처음에 좋은 직업은 일종의 소명의식으로 뭔가 자신의 평생을 바쳐야할 '업'으로 생각했다. 즉 좋은 직업이란 공공에 기여하면서 나 또한 먹고 살 수 있는 보람있는 노동을 의미했다. 그런데 세상이 워낙 빨리 변하여 직업의 미래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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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직업의 의미는 빨리 확실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업'을 지칭하게 되었다. 여기서 방점은 '업'이 아니라 '돈'에 찍혀 있다.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업'쯤이야 언제든지 바꿀수 있다. 최선의 방법은 주식을 하거나, 돈 많이 주는 기업에 취직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전자는 리스크가 크고, 후자는 힘들지만 할 만하다. 그래서 모두 대기업, 공기업 등에 몰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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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교육은 사람교육에서 성공교육으로, 나아가 직업교육에서 취업교육으로 바뀌었다. 안타깝게도 학교는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훌륭한 사람이지만, 성공한 사람은 아니요, 충분히 경험한 직업이라곤 변변치 않은 학교의 '선생'일뿐이다. 취업했던 시절의 추억은 이미 가물가물하며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아리송하며,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깜깜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성공, 직업, 취업 교육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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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학교가 변하거나 망가진 것이 아니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서 학교를 망가뜨렸다. 학교는 과잉몸짓으로 대응하지만 늪에 빠진 이상 빠져나오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사, 길이 없던 적이 있던가... 일단 조급하면 안된다. 먼저 현실을 올바로 직시하고, 몸가짐을 바로하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분명 새로운 기회가 보이기 마련이다. 세상은 빨리 변하지만, 인간은 별로 안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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